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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까지 나서 미국 캘리포니아주 글렌데일시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을 철거해 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일본 측이 최종 패소했다.
미 연방대법원은 27일(현지시간) 일본계 극우단체 ‘역사의진실을요구하는세계연합회(GAHT)’가 낸 소녀상 철거 관련 상고를 기각했다. 글렌데일 소녀상은 미국에서 처음 건립된 평화의 소녀상으로 2013년 7월 글렌데일 시립공원 안에 세워졌다. 그러자 GAHT는 이듬해 2월 “역사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일본군 위안부를 주제로 상징물을 만든 것은 연방정부의 외교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소녀상 철거 소송을 제기했으나 같은 해 패소했고, 이어 캘리포니아주 제9연방항소법원에 낸 항소심에서도 지난해 8월 패소 판결을 받았다. 1ㆍ2심 모두 “(소녀상 철거 요구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일본 측 주장을 받아 들이지 않았지만, GAHT는 판결에 불복해 올 1월 상고했다.
일본 정부 차원의 방해 공작도 집요했다. 일본 정부는 상고심이 진행되는 중에 “글렌데일 소녀상은 미국과 일본이 교섭으로 확립한 외교방침을 방해하는 일탈 행위”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동시에 유엔과 미 의회, 각 주정부 등을 상대로 소녀상 철거를 정당화하기 위한 로비를 꾸준히 시도했다. 2007년 미 의회에서 일본에 위안부 범죄 책임을 묻는 ‘위안부 결의안’ 통과를 주도한 에드 로이스(공화) 하원 외교위원장은 “지난 3년 간 역사를 다시 쓰려는 (일본의) 헛된 노력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라며 법원 결정에 환영 입장을 밝혔다.
반면 일본 정부는 미 법원의 기각 결정에 유감을 표시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28일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판결은 글렌데일시가 연방정부의 외교 수행을 침해했는지가 논점이었던 만큼 위안부 자체에 관한 것은 아니다”면서도 “정부 입장과 상반되는 위안부상 설치 움직임은 매우 유감스런 일”이라고 말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도 전날 자민당 의원들과 만찬에서 한국과 미국에서 평화의 소녀상이 잇따라 설치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한국이) 일본(의 입장)을 이해 못한 측면이 있다”며 우회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외교부는 “정부가 의견을 내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논평하지 않았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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