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가 침몰 1,075일 만에 반잠수선에 실려 선체 전체를 수면 위로 드러낸 지난 25일,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한 정미홍 전 KBS 아나운서는 ‘비용’ 문제를 거론하며 세월호 인양을 비판했다. 그 말을 옮기면 이렇다. “나는 처음부터 세월호를 건져내야 한다는 주장에 반대했다. 인명을 귀하게는 여기나 바닷물에 쓸려갔을지 모를 그 몇 명을 위해 수천억을 써야겠나.”
반대 진영에 대한 적개심이 그득한 정씨의 평소 행태를 감안하더라도, 그의 발언은 세월호 선체 인양 작업에 예산이 동원되는 현 상황에 대한 일각의 불만을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 세월호 참사에 따른 사고 수습 및 피해 배ㆍ보상에 드는 예산의 30%가량인 1,878억원을 선주(船主)였던 유병언(사망)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에게 받아내려 정부가 진행 중인 구상금 청구 소송이 실적 없이 지지부진한 점도 이런 불만을 키운다.
세월호 인양 비판의 논리를 선의로 해석하자면 ▦사업에 투입되는 예산 규모가 지나치게 크다 ▦비용(세금) 대비 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하지만 꼭 그렇게 볼 수 있을까. 국민 다수가 세월호 인양에 찬성하는 현실(▶관련기사)을 접어두더라도, 이러한 주장의 타당성은 한 번쯤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어 보인다.
세월호 수습 비용은 총예산의 0.036%
세월호 사고 수습은 참사 3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이라 전체 투입 예산을 따져보기엔 아직 이르지만, 대략 5,500억원 규모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가 참사 1주기 즈음인 2015년 4월8일 발표한 세월호 사고수습 및 피해지원 예산 추정 자료가 근거다. 이에 따르면 ▦수색ㆍ구조 123억원 ▦피해자 지원 356억원 ▦배ㆍ보상 1,731억원 ▦사고수습 1,401억원에 정부(5,339억원) 및 지자체(209억원) 예산이 들어갈 전망이다. 사고수습 비용엔 선체인양 비용이 1,205억원이 책정됐는데 실제 비용은 1,020억원으로 이보다 작다. 물론 다른 항목에서 실제 지출이 예상보다 늘거나 줄 수 있으므로 추정치의 정확성은 속단하기 어렵다.
선체 인양 성공으로 탄력을 받은 세월호 사고 수습 작업이 연내 마무리되고 총 비용이 정부 추정치와 대략 부합한다면, 참사가 발생한 2014년부터 올해까지 4개년에 걸쳐 연 평균 1,375억원가량의 예산이 투입되는 셈이다. 이는 4개연도 국가 예산 합계액(예산안 기준, 추경 포함) 1,521조원의 0.036%(5,500억원÷1,521조원) 수준이어서 국가재정에 큰 부담이라고 보긴 어려운 수준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구상금 청구 소송이 정부 승소로 마무리된다면 예산 부담은 이보다 더 줄어들 전망이다.
“예산 아끼려다 부담 더 늘려”
물론 세월호처럼 8,000톤을 훌쩍 넘는 대형 선박을 통째로 인양하는 작업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터라, 세월호 관련 예산의 22%가량(정부 추정 기준)을 점하는 인양 비용 또한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이를 의식한 탓인지 정부는 2015년 인양업체 입찰에서 경쟁업체보다 140억원가량 낮은 최저 입찰가(851억원)를 써낸 중국 국영업체 상하이샐비지를 선정했다. 그러나 상하이샐비지가 제안한 부력재 인양 방식(선체 안팎에 공기 주입, 에어백 설치 등을 통해 부력을 높이는 방식)은 현장에서 통하지 않아 1년 5개월을 허비했다. 인양업체 선정 과정에서 전문가 기술검토 태스크포스(TF)가 부력재 인양 방식의 ‘위험성’을 지적했지만 묵살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관련기사)
세월호는 결국 입찰에서 탈락한 업체들이 제안했던 방법으로 인양됐고, 작업 기간이 늘어나면서 상하이샐비지에 65억원이 추가 지급됐다. 인양이 지연되면서 세월호 희생자 가족이 겪은 고통, 국론 분열로 인한 사회적 비용 등 보이지 않은 부담도 늘었다. 정부가 당장의 예산을 아끼려다가 결과적으로 비용을 키웠다는 비판은 가능한 대목이다.
그러나 참사가 남긴 사회적ㆍ역사적 가치를 따져 보면 세월호 사고 수습은 돈의 가치로만 따질 수는 없다. 똑같은 비극을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을 공유하는 건 국가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한 일이라는 뜻이다. 독일이 아직도 유대인 학살에 사죄하고, 한국인이 일본에 위안부 문제에 대한 사과를 여전히 요구하는 것처럼, 세월호 참사로 인한 억울한 희생에 대해 함께 울어주고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관련칼럼). 그게 국가와 동시대인이 가져야 할 자세다. 우리가 단지 인양비용 만을 운운할 수 없는 이유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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