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밤 10시. 서울시 강동구 성내동에 자리한 레이싱 게임장 PSR에선 여러 슈퍼카들의 요란한 배기음이 가득 울려 퍼졌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게이머들은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게임장이라기보다 레이서 훈련장에 가까웠다. 열기는 태릉선수촌 못지않았다.
자정이 다 돼서야 빈자리가 났다. 나도 자리 하나를 꿰차고 앉아 레이싱 게임 중 하나인 ‘프로젝트 카스’를 실행했다. 동행한 후배와 함께 세계 곳곳을 돌며 레이스를 펼쳤다. 우리가 자리에서 일어난 건 두 시간이 흐른 뒤였다.
이러한 레이스 시뮬레이션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최근 늘고 있다.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기반의 게임을 할 수 있는 PSR뿐만 아니라 실제 차의 흔들림까지 재현한 알크래프트, 스피드 레이서 등의 게임장도 있다. VR로 레이스를 즐길 수 있는 곳도 생겨나고 있다. 이들은 늘고 있는 수요에 맞춰 전국적으로 지점을 확대 중이다.
며칠 뒤 PSR의 남궁일 대표를 만났다. 과거 모터사이클 레이서였던 그는 누구나 쉽게 모터스포츠를 즐길 수 있길 바랐다. 그래서 선택한 게 시뮬레이션 게임이었다. 그의 꿈은 ‘모터스포츠의 대중화’였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의 꿈은 이미 현실이 돼가고 있었다.
PSR 남궁일 대표와의 대화
Q. 밤늦게 왔는데도 자리가 없더군요. 언제가 가장 한가합니까?
A. 대부분 낮입니다. 일반적으로 밤 9시부터 새벽 3시까지 피크 타임이지요. 드라이브하기에 가장 좋은 시간이기도 합니다. 많은 분이 일 마치고 저녁 여가로 즐기기도 하고, 실제로 밤에 여유롭게 드라이브하다 들르기도 합니다.
Q. 어떤 게임을 할 수 있나요?
A. 일반적인 레이스 시뮬레이션 게임은 거의 다 즐길 수 있습니다. 그란투리스모, 아세토 코르사, 프로젝트 카스, 드라이브 클럽 등 대부분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기반인데, 장비가 호환되는 PC 게임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곧 발매될 그란투리스모 스포트가 기대를 모으고 있고요, 4월 말엔 아세토 코르사 정식 발매가 예정돼 있습니다.
Q. 최근 들어 전국적으로 이런 레이스 시뮬레이션 게임장이 많이 생겨나는 걸 봤습니다.
A. 그만큼 레이싱 게임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PSR만 해도 서울에선 성내동과 영등포에서 즐길 수 있습니다. 대전, 대구, 천안에도 있고 곧 서울 창동과 경기도 용인에도 문을 열 예정입니다. 다른 경쟁업체들도 전국적으로 게임장을 늘려나가고 있는 중입니다.
Q. PSR은 가맹 시스템인가요?
A. 맞습니다. 하지만 처음엔 그럴 생각이 아니었어요. 솔직히 이렇게 붐이 일어날 줄은 몰랐거든요.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게임장을 운영하고 싶다는 문의가 많아졌습니다. 지금도 여기저기서 문의가 밀려 들어옵니다. ‘PSR’ 이름을 내건 게임장이 우후죽순 생기자 우리도 체계가 필요하겠다 싶어 가맹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단순히 사업 목적은 아닙니다. 전국에 있는 PSR 대표들은 모두 레이서입니다. 현직 인스트럭터도 있습니다. 모두 ‘모터스포츠의 대중화’를 위해 한마음 한뜻으로 모인 사람들이지요.
Q. 이런 사업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A. 과거에 모터사이클 레이스를 10년 정도 했습니다. 사실 국내는 선진국보다 모터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많이 떨어집니다. 공식 경기를 치를 수 있는 트랙이 강원도 인제와 전남 영암 등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것도 문제입니다. 사람들이 모터스포츠에 대해서 관심을 두길 원했어요. 간편하고 흥미로운 게 뭐가 있을까 생각한 게 바로 레이싱 시뮬레이션 게임이었지요. 지금은 확장 단계긴 하지만 아직 성공이라고 하기엔 이릅니다.
Q. 또 다른 게 남아 있나요?
A. e-스포츠입니다. 레이싱이야말로 스포츠의 요건을 다 갖추고 있지요. 아직 구체화되진 않았지만 게임사와 함께 준비 중입니다. 우리나라는 모터스포츠에 대한 관심은 부족해도 e-스포츠는 세계 톱입니다. 그 기반이 잘 닦여져 있지요. 레이싱이 e-스포츠의 인기 종목이 될 수 있도록 애쓰고 있습니다. 모터스포츠를 잘 아는 분들에게 가맹 허가를 내준 이유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이미 유튜브 등을 통해 테스트를 해봤는데 반응이 좋았습니다.
Q. 단순히 게임을 넘어 레이싱 교육용으로도 좋을 것 같습니다.
A. 그렇게 쓰이기도 합니다. 실제 트랙에서 차를 타기 전에 시뮬레이션을 거치면 많은 도움이 됩니다. 비용과 사고율을 낮출 수 있기도 하지요. 특히 이론을 실제에 응용해야 할 때 유용합니다. 마치 순간 이동 하듯 전 세계의 유명 서킷과 도로 위를 마음껏 달릴 수 있고, 작은 카트부터 10억원이 넘는 슈퍼카는 물론 실제 F1 경기에 나오는 머신까지 모든 차를 타볼 수 있으니까요.
조두현 기자 joe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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