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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가벗기고 숨구멍 막고…이러지 맙시다

입력
2017.03.28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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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지적되지만 올해도 고쳐지지 않았다. 정선 귤암리 동강할미꽃 중에는 이미 묵은 잎과 줄기가 잘려나가고 꽃만 앙상하게 남은 것들이 더러 있다. 플라스틱 조화를 바위에 꽂아 놓은 것마냥 생기를 잃었다. 여기에 한 술 더 떠서 일부 꽃송이는 햇살 좋은 오후인데도 물방울을 머금고 있다. 실제 물이 아니라 점액질 글리세린이다. 이따금씩 떨어진 흙이 끈적거리는 액체에 달라붙어 그 고운 꽃을 흉물로 만들어 놓았다. 주변 바위도 시꺼멓게 변했다.

묵은 잎을 뜯어낸 동강할미꽃은 원래 모습(왼쪽)에 비해 조화처럼 생명력을 잃었다. 정선=최흥수기자 choissoo@hankookilbo.com
묵은 잎을 뜯어낸 동강할미꽃은 원래 모습(왼쪽)에 비해 조화처럼 생명력을 잃었다. 정선=최흥수기자 choissoo@hankookilbo.com
꽃만 찍는 사람을 야생화사진가, 생태사진가라 할 수 있을까.
꽃만 찍는 사람을 야생화사진가, 생태사진가라 할 수 있을까.
끈적거리는 글리세린을 뿌려 숨구멍을 막은 모습도 보인다.
끈적거리는 글리세린을 뿌려 숨구멍을 막은 모습도 보인다.

아직까지 이 지역 아침 기온은 0℃ 가까이 떨어진다. 오로지 깔끔한 사진을 찍기 위해 저지르는 이런 행위는 동강할미꽃을 발가벗기고, 숨구멍을 막는 만행이다. 멋진 소나무 사진을 찍기 위해 방해되는 나무를 잘라낸 소위 작가님, 둥지에서 어린 새를 꺼내 나뭇가지에 일렬로 세운 자칭 생태사진가와 무엇이 다를까. 꽃과 자연에 대한 애정은 고사하고 사진에도 무지한 처사다. 개인소장용이라면 두고두고 부끄러운 사진이고, 공모전에 출품하더라도 조금만 눈 밝은 심사위원이라면 바로 탈락시킬 졸작이다. 생태사진은 자연스러울 때 가장 아름다운 법이다.

정선=최흥수기자 chois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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