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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살리기 위해 두 번 불길로

입력
2017.03.28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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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길 속에 뛰어들어 이웃 주민을 구한 경기 용인시 장순복(오른쪽)ㆍ안미순씨 부부. 용인시 제공
불길 속에 뛰어들어 이웃 주민을 구한 경기 용인시 장순복(오른쪽)ㆍ안미순씨 부부. 용인시 제공

“남편이 안에 쓰러져있어요. 제발 살려 주세요.”

경기 용인시 기흥구에서 꽃가게를 운영하는 장순복(49)씨는 지난 23일 오후 4시쯤 이웃 철물점에서 머리에 불이 붙은 채로 놀라 뛰어 나오는 철물점 주인 김모(52)씨의 아내를 봤다. 장씨는 김씨 아내(50대)의 머리를 태우고 있는 불을 맨손으로 끈 뒤 주저 없이 철물점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김씨가 사다리에서 떨어진 듯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었고, 불길은 이미 철물점 천장으로 옮겨 붙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흔들어도 깨지 않는 김씨를 장씨 혼자 힘으로 끌어내기가 벅찼다. 불똥이 천장에서 뚝뚝 떨어지고 유독가스가 내부에 퍼지면서 장씨 역시 숨이 막혀왔다. 다시 밖으로 나온 장씨는 자신의 아내 안미순(45)씨에게 “119에 신고하고, 사람들을 부르라” 소리를 치며 호흡을 고른 뒤 마스크를 쓰고 불길 속으로 재 진입했다. 장씨는 “소방관들이 올 때까지 김씨를 마냥 그대로 둘 수만은 없었다”고 했다.

철물점에 두 번째로 들어간 그가 김씨를 구조하려 안간힘을 쓰는 사이 그곳에서 조금 떨어진 주유소 직원 2명이 소화기를 들고 뛰어왔고, 그제서야 힘을 모아 김씨를 밖으로 끌어낼 수 있었다. 장씨는 “당시 김씨는 이미 혀가 말려 있는 상태였다”며 “아내까지 달려들어 심폐소생술을 했다”고 급박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있는 힘껏 1분여를 응급조치하자 김씨는 기적처럼 눈을 떴다. 구급대원들이 도착하기 전 6분여 동안 장씨가 이웃들과 이뤄낸 감동의 드라마였다. 장씨는 “아내와 3년여 전부터 의용소방대원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소방서에서 배운 심폐소생술이 큰 도움이 됐다”고 웃었다.

무사히 구출된 철물점 주인 김씨는 얼굴 등에 2도 화상을 입어 병원으로 호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장씨 역시 김씨의 옷에 옮겨 붙은 불을 끄면서 손과 팔목에 화상을 입고 유독가스를 흡입해 병원에서 처치를 받았다.

이날 화재는 철물점 주인 김씨가 용접도구로 지붕 보수작업을 진행하던 중 불티가 가연성 물질에 튀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불은 철물점 내부와 인근 카센터, 마트 일부를 태우고 30여분 만에 꺼졌다.

장씨는 “김씨의 모습을 보고도 못 구했으면 가슴에 남을 뻔 했다”며 “김씨가 살아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 소식을 들은 정찬민 용인시장은 “언제 불이 옮겨 붙을지 모르는 위험한 상황에서 이웃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불길 속으로 뛰어든 장씨의 의로운 행동이 지역사회에 귀감이 될 것”이라고 격려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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