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군 주도 키리졸브 연습 결과
중 러 도피하거나 은신처 못 찾아
작년 미 주도 작전 땐 성공
올해 우리 군 주도로 실시한 한미 키리졸브 연습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을 제거하는데 실패한 것으로 파악됐다. 참수작전을 처음 적용한 지난해와는 다른 결과다. 워게임을 통해 얻은 가상의 결과이기는 하지만, 실제 전쟁이 발발할 경우 김 위원장의 신병 확보가 가능한지를 놓고 논란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27일 “13일부터 2주 간 키리졸브 연습을 해봤더니 김정은을 끝내 놓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유사시 북한 지역에서 고려해야 할 변수가 워낙 많기 때문에 앞으로 보완해야 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반면 미군 주도로 진행한 지난해 키리졸브 연습에서는 김 위원장을 제거하는데 성공했다.
키리졸브는 한미 양국군이 가상의 지휘소를 만들어 컴퓨터로 진행하는 모의훈련이다. 지난해부터 작전계획 5015를 적용해, 김정은 정권의 지휘부를 단번에 제거하는 참수작전과 주요 핵ㆍ미사일 시설을 겨냥한 선제타격을 포함하며 한층 공세적으로 바뀌었다. 연습에 앞서 남북한의 육해공 전력을 각기 점수로 환산해 입력하는데 통상 우리 군의 점수만으로는 북한군을 압도하지 못하기 때문에 미군의 가상 증원전력을 어느 규모로 투입해 훈련에 반영하느냐에 따라 전개상황이 달라진다.
훈련의 성패는 김 위원장을 얼마나 신속하게 제거하느냐에 달려있다. 북한의 전쟁수행 능력을 무력화하고 하루빨리 전쟁을 끝내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다. 이 과정에서 북한군의 변화된 방어능력과 김 위원장의 도피 가능성 등을 다양한 변수로 바꿔 입력하는데, 설정한 변수가 복잡할수록 훈련 난이도가 높아진다. 그 결과 김 위원장이 국경을 넘어 중국, 러시아로 탈출하거나 우리 군이 은신처를 찾지 못하는 경우 참수작전은 실패한 것으로 평가된다.
훈련 상황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1부 연습은 개전(D-day) 일주일 전후로 가정해 실시한다. 도발징후가 확실하거나 실제 도발에 나설 경우 강력하게 방어하면서 북한군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하는 게 핵심이다. 이어 2부 연습은 개전 후 2, 3개월이 지난 시점을 배경으로 진행된다. 북한군 잔당이 도처에 숨어들어가 유격전을 벌이거나, 지휘부 일부가 응전을 계속하는 상황이다. 군 관계자는 “개전 이후 5개월이 지난 상황까지 가정해 훈련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훈련 결과에 대해 군 당국은 “키리졸브는 절차를 숙달하는 연습이기 때문에 김정은 제거에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를 따지는 건 의미가 없다”고 애써 의미를 축소했다. 한미 양국은 키리졸브에 이어 야외에서 병력과 장비를 실제 기동하는 독수리 훈련을 내달 말까지 실시한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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