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17일만에 4개 핵심 혐의 적용… '삼성 뇌물' 433억도 영장 적시
증거인멸 우려 등 사유… 30일 실질심사
‘박근혜ㆍ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지검장)는 27일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결정 후 17일, 검찰의 소환 조사 후 6일만이다. 박 전 대통령은 첫 탄핵 대통령에 이어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는 첫 번째 전직 대통령으로 헌정사에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남기게 됐다. 앞서 노태우ㆍ전두환 전 대통령이 구속된 전례가 있지만, 구속 전 피의자심문 제도가 도입되기 이전이다.
박 전 대통령에게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제3자 뇌물 포함),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가 적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본 관계자는 이날 “죄명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이라고만 밝혔다. 하지만 법원에 접수된 영장에는 뇌물수수 혐의가 명기됐으며, 검찰은 제3자 뇌물수수 혐의도 주장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과정에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433억원(약속금액 포함, 실제 전달은 298억원)의 뇌물을 받기로 최씨와 공모한 혐의 내용도 구속영장 내용에 포함했다.
검찰의 전격적인 영장 청구는 사안의 중대성과 형평성, 박 전 대통령의 혐의 부인에 따른 증거인멸 우려를 감안한 결정이다. 박 전 대통령에게 적용된 특가법상 뇌물수수는 법정형이 10년 이상인 중범죄에 해당한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피의자는 막강한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이용해 기업으로부터 금품을 수수케 하거나 기업경영의 자유를 침해하는 등 권력남용적 행태를 보이고, 중요한 공무상 비밀을 누설하는 등 사안이 매우 중대하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과 공범관계인 최순실(61)씨, 이들에게 뇌물을 공여한 혐의를 받은 이 부회장을 비롯해 20명이 구속된 점도 고려됐다. 박 전 대통령이 혐의를 대부분 부인하고, 미르ㆍK스포츠재단 의혹이 제기되기 시작한 지난해 9월부터 공범 관계인 최씨와 차명폰을 통해 통화하는 등 증거인멸 정황이 드러난 것도 영장 청구 사유가 됐다. 형사소송법상 증거인멸은 도주우려와 함께 주요한 구속사유다. 검찰은 “여러 사유와 제반 정황을 종합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이 법과 원칙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김경수 전 대구고검장은 “박 전 대통령의 드러난 범죄 혐의 내용과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하면 소환 직후 영장을 청구하는 게 적절했을 것”이라며 “국가원수로서 예우 문제와 모양새 등까지 고려해 검찰이 신중하게 고민하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은 오는 30일 오전 10시30분 서울중앙지법 321호 법정에서 강부영(43ㆍ사법연수원 32기) 영장전담판사 심리로 열린다. 구속여부에 대한 법원 결정은 31일 새벽 이뤄질 전망이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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