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내몰린 창업에…직원도 못쓰는 ‘나홀로 사장님’ 400만명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내몰린 창업에…직원도 못쓰는 ‘나홀로 사장님’ 400만명

입력
2017.03.27 14:16
0 0

전체 자영업자의 71%가 해당

1년새 13만명 증가 15년 만에 최대

자영업자 다섯중 한 명은

월 매출 100만원에도 못미쳐

매출 부진에 빚은 계속 증가

2년 전 직장에서 퇴직한 박모(52)씨는 최근 서울의 한 부도심에 작은 패스트푸드 음식점을 열었다. 어엿한 ‘사장님’이 됐지만 사실 그의 창업은 불경기에 떠 밀린 강요된 창업이었다. 퇴직 후 일자리를 찾아 나섰지만 50대에 접어든 그를 받아주는 직장은 없었고, 재취업에 실패한 그는 어쩔 수 없이 자영업에 뛰어들어야만 했다. 말로만 ‘사장님’일 뿐 실제론 직원 한 명 없이 혼자서 일하는 처지다.

취업이 어려워 자영업을 선택했지만 스스로 인건비도 건지기 어려워 직원을 고용하지 못하는 ‘나홀로 사장’이 15년 만에 가장 많이 늘었다.

2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자영업자 수는 552만1,000명으로, 1년 전에 비해 21만3,000명이나 증가했다. 이 중 직원 없이 혼자 가게를 지키는 ‘나홀로 사장’이 395만4,000명으로, 전체 자영업자의 71.6%를 차지했다. 직원을 한 명이라도 고용한 자영업자의 수는 156만7,000명(28.4%)에 불과했다. 이 같은 나홀로 사장의 수는 지난해 2월(381만7,000명)에 비해 13만7,000명이나 증가했다. 2002년 3월(16만8,000명)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이다.

이처럼 나홀로 사장이 늘어난 것은 경기불황으로 고용이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조선 등 제조업 구조조정으로 일터에서 밀려 난 ‘산업역군’들이 생계를 위해서 창업으로 나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재취업을 하려 해도 뽑는 곳이 거의 없어 할 수 없이 자영업으로 몰리는 이들이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더구나 이런 사정에 가게를 열지만 돈벌이는 신통치 못하다. 자영업 매출 상황을 보면 상당수가 직원을 쓰기 어려운 실정이다. 통계청이 최근 자영업자 현황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전체 자영업자의 21.2%는 연간 매출이 1,200만원도 안 됐다. 자영업자 다섯 중 한 명은 월 매출이 100만원도 안 된다는 얘기다.

또 연간매출이 1,200만~4,600만원인 자영업자의 비율도 30.6%로, 전체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결국 자영업자 절반 이상이 월 매출 400만원 이하라는 이야기가 된다. 매출에서 월세나 재료비 등을 빼면 ‘사장님’ 본인 인건비도 건지기 어려운 형편이다. 이런 영세 자영업자들이 직원은커녕 아르바이트 학생을 쓰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반면 자영업자의 빚은 계속 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24일 발표한 ‘자영업자 대출 건전성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480조2,000억원으로, 2015년 말(422조5,000억원)에 비해 13.7% 증가했다. 문제는 매출이 계속 부진하고 시중금리도 오르는 상황에서 자영업자 대출이 늘어나고 있다는 데 있다. 내수침체가 더 심해져 자영업자 폐업이 속출할 경우 자영업자들이 받은 신용대출이나 담보대출 등이 부실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