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가 26일 4개 구장에 열린 시범경기를 끝으로 2주간의 리허설을 마무리했다. 잠실에선 LG가 두산을 5-4로 꺾었고, 고척에서는 넥센이 삼성을 8-6으로 제압했다. 한화는 인천에서 SK를 5-4로 눌렀고, KIA도 광주에서 NC를 5-4로 따돌렸다. 부산 롯데-kt전은 취소됐다. 올해 시범경기 경기당 평균 관중은 3,429명으로 지난해(3,732명)보다 못 미쳤지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탈락 후유증을 딛고 새 출발할 수 있는 분위기는 마련됐다는 평가다. 10개 구단은 나흘 쉰 뒤 31일 전국 5개 구장에서 개막전을 시작으로 6개월 간의 대장정에 돌입한다. 시범경기 1위 팀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건 역대 5차례에 불과해 ‘시범은 시범일 뿐’이라지만 심상치 않은 돌풍을 예고하고 있는 주인공들이 있다.
최근 야구에서는 고졸 즉시전력감을 찾기 힘들다. 2006년 류현진(당시 한화), 마지막 고졸 신인왕인 2007 임태훈(당시 두산) 이후 고졸 신인이 1군 엔트리에 포함되는 것조차 쉽지 않다. 무조건 입단 후 2~3년간 2군에서 ‘숙성’ 기간을 거치는 것이 통과의례처럼 돼 있다. 그러나 이런 틀을 깰 조짐을 보이는 이들이 나타났다. 이종범 MBC스포츠 야구 해설위원의 아들 이정후(넥센)는 시범경기 12경기에서 타율 4할5푼5리(33타수 15안타)로 ‘장외 타격왕’에 올랐다. 전날 타율 1위로 규정타석에 진입했던 이정후는 이날 한 타석만 소화하면서 다시 빠졌다.
흔히 야구계에서는 ‘야구인 2세들은 아버지를 넘기 어렵다’는 것이 정설이다. 하물며 ‘야구 천재’ 이종범을 아버지로 둔 이정후의 맹활약이기에 야구계가 더 주목하고 있다.
삼성의 고졸신인 투수 장지훈도 눈에 띈다. 경주고를 졸업하고 신인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삼성 유니폼을 입은 장지훈은 5경기에서 7이닝 1자책점, 평균자책점 1.29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지난 16일 LG와의 경기에 처음 등판해 2이닝 무실점, 3삼진을 낚았고 19일엔 NC를 상대로 2이닝을 틀어막았다. 두산의 대졸 신인투수 김명신도 벌써 롱릴리프로 거론되고 있다.
지난해 시범경기 1위로 출발한 삼성은 정규시즌 9위로 몰락했다. 올 시즌 김한수 감독이 새 지휘봉을 잡고 야심 차게 출발했지만 시범경기에서 꼴찌(2승1무9패)에 그쳤다. 삼성의 시범경기 최하위는 2013년 이후 4년 만이다. 시범경기 성적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지만 지난 겨울 최형우(KIA)와 차우찬(LG)을 잃은 삼성의 힘겨운 시즌이 예상된다. 반대로 2년 연속 정규시즌 최하위에 그친 kt는 창단 첫 시범경기 1위(7승1무3패)를 차지해 탈꼴찌 희망을 키웠다. 물론 kt 역시 지난해 시범경기에서도 2위(11승1무5패)였던 점을 감안하면 결과에 집착할 필요는 없지만 분명한 건 이기는 습관을 들여 나쁠 건 없고, 김진욱 신임 감독이 어느 정도 팀 분위기 쇄신에 성공했다는 평이다.
한편 올해 시범경기 전체 평균 타율은 2할6푼6리로 지난해(0.270)보다 낮아진 반면 투수들의 평균자책점은 지난해 4.72에서 4.40으로 좋아져 수년째 KBO리그에 고착화된 ‘타고투저’가 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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