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 친중(親中)파인 캐리 람(林鄭月娥ㆍ59) 전 홍콩 정무사장(총리격)이 26일 차기 행정장관 선거에서 압도적인 표 차이로 당선됐다. 중국 정부의 지지를 등에 업은 그의 당선으로 중국의 간섭이 심화할 경우 직선제 도입 등 민주화를 요구해온 홍콩 시민사회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오는 7월 람 당선인이 5년 임기의 행정장관에 정식 취임하면 홍콩의 역대 첫 여성 수반이 된다.
홍콩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오전 실시된 선거인단(1,194명) 투표에서 람 전 사장이 과반을 넘는 777표를 얻어 차기 행정장관에 선출됐다고 밝혔다. 경쟁자인 온건 친중파 존 창(曾俊華) 전 재정사 사장(재정장관 격)은 365표를 얻는 데 그쳤고, 우궉힝(胡國興) 전 고등법원 판사의 득표 수는 21표였다.
람 당선인은 지난달 말 후보 확정 당시 선거위원의 절반에 육박하는 579명의 추천을 받아 일찌감치 승리가 예상돼 왔다. 중국 정부는 그가 정무사장이던 2014년 홍콩시민들의 민주화 요구 시위(우산혁명)를 강경 진압한 점 등을 감안해 노골적인 지지를 보냈고, 홍콩 시민사회는 이에 강력 반발해왔다.
람 당선인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중국의 신경제 구상인 일대일로(一帶一路 ㆍ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를 통한 신시장 개척과 투자 유치를 강조했다. 하지만 중국과의 관계 개선이 중국의 간섭 심화로 이어지면서 일국양제(一國兩制ㆍ1국가 2체제)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가 2022년 행정장관 보통ㆍ직접선거 도입에 유보적인 만큼 향후 직선제 도입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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