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두맨 설득 작업에도 불구
공화당 30여명 내부 반발
법안 통과 불투명하자 철회
세제 개혁ㆍNAFTA 재협상 등
핵심 공약 이행에 경고등
트럼프, 강공책 정면 돌파 의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이 임기 초반부터 큰 타격을 입게 됐다. 반(反)이민 행정명령이 법원에 의해 사실상 좌초된 데 이어, 1호 입법안으로 꼽혔던 전임 오바마 정부의 오바마케어(ACA) 대체 건강보험법안인 트럼프케어(AHCA)마저 좌절되면서다. 반이민 행정명령과 달리 트럼프케어는 공화당 내부 반발이 좌초 이유였다. 이에 따라 세제개혁, 닐 고서치 연방대법관 후보자 인준 등 잇따른 트럼프의 정치적 시험대도 위태롭게 됐다. 취임 100일도 되지 않은 트럼프 정권은 정치적 동력을 크게 상실할 위기에 처했다.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언론은 25일(현지시간) 트럼프케어 표결이 공화당 내부 반란으로 무산되면서 트럼프의 입지가 흔들리게 됐다고 평가했다. 미 하원이 24일 예정됐던 관련법안 표결을 취소함에 따라 법안 통과를 위해 의원들을 일대일로 만나 설득작업을 벌인 트럼프 대통령과 폴 라이언(위스콘신) 하원의장이 곤경에 처했다는 것이다. 라이언 의장은 24일 백악관을 찾아 30여명 공화당 의원의 이탈로 트럼프케어의 통과가 불투명하다고 전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열어 즉각 표결 방침을 철회했다. 이에 앞서 트럼프는 평소 대립각을 세워온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기자에 직접 전화를 걸어 트럼프케어 표결 철회 결정을 알리기도 했다.
WP는 트럼프 정권에 악재가 겹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이민 행정명령이 법원에서 잇따라 제동이 걸린 데다가 ‘오바마 도청’ 주장이 허위로 판명 나고, 핵심 측근들이 대선 기간 중 러시아와 내통한 연루의혹마저 제기되는 상황에서 여당 반대로 핵심 공약 입법마저 무산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해온 ‘취임 100일 계획’에 포함된 다른 핵심 공약사항의 실행에도 경고등이 들어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다음 시험대인 세제 개혁안은 물론이고 1조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등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오바마케어와 마찬가지로 이들 공약 추진에 공화당 내부 반발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제 개혁안의 경우 수입품에 관세를 물리고 수출품에 대해선 면세 혜택을 주는 이른바 ‘국경세’ 신설과 소득ㆍ법인세 감세가 핵심이지만, 재정적자 급증과 무역위축을 이유로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 제프 플레이크(애리조나), 마이크 리(유타) 등 7명 가량의 공화당 상원의원이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다. 유럽연합(EU) 등 주요 교역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등 반발할 가능성도 높다. 워싱턴 관계자는 “멕시코가 국경장벽과 NAFTA 재협상 문제에서 예상보다 훨씬 강하게 미국과 맞설 태세”라며 “NAFTA 재협상의 경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태도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백악관이 이미 보조금 삭감이나 의무가입 조항의 광범위한 예외를 허용해 오바마케어의 무력화 작업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언론 비판에 대해서도 자신을 지지하는 대규모 군중집회로 맞받아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워싱턴 관계자는 “위기를 강공책으로 모면하려 하지만, 연방수사국(FBI)이 측근들의 러시아 내통이 사실이라고 확인하는 등 악재가 터진다면 트럼프 정권이 급속이 와해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부에서는 궁지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자리를 내줄 가능성에 대한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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