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 돈 잔치’라는 공식은 오래전부터 통용돼 왔다. 축구를 명실상부한 스포츠 산업으로 육성한 곳은 축구의 본고장인 유럽이었다. 영국 프리미어리그(EPL)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이탈리아 세리에A, 독일 분데스리가 등 전 세계 축구선수들이 선망하는 세계 4대 프로리그에는 천문학적인 몸값을 받는 선수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는 중국이 가장 주목받는 ‘축구시장’으로 떠올랐다. 축구광으로 불리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집권 후 16개팀으로 운영되는 중국 슈퍼리그는 어마어마한 거금을 들여 유럽 주요리그에서 뛰는 세계적인 선수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영국 BBC 방송이 지난 겨울 전 세계 주요 프로축구 리그의 겨울 이적시장 상황을 정리하면서 “‘황사 머니’가 전 세계 축구판을 정리했다”고 평가했을 정도다.
실제 중국 슈퍼리그는 겨우내 ‘선수 쇼핑’에 무려 3억3,1000만 파운드(약 4,645억원)를 썼다. EPL 20팀이 쓴 2억1,500만파운드(약 3,017억원)의 1.5배가 넘는다. 프리메라리가에 비해선 무려 16배나 된다. 상하이 상강은 EPL 첼시로부터 미드필더 오스카르를 영입하는 데 6,000만파운드, 상하이 선화는 아르헨티나 공격수 카를로스 테비스 영입에 4,000만파운드를 각각 지불했다. 이번엔 불발됐지만 웨인 루니 등에 대한 영입 시도는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중국이 축구에 이처럼 엄청난 투자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2020년 아시아 최강에 이어 2050년 세계 최강을 목표로 국가대표 전력의 밑바탕이 될 프로축구 리그 수준을 끌어올리고자 하는 것이다. 슈퍼리그 구단들이 펠리페 스콜라리, 파비오 칸나바로 등 유명 감독들을 데려오는 건 단기성적 향상뿐만 아니라 선진 축구 자체를 체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물론 “돈으로 실력을 사고 승리를 살 수는 없다”는 비판도 많다. 그간 중국 국가대표팀의 수준이 별반 나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고, 실력은 부족한데 바람만 잔뜩 들었다거나 ‘외화내빈’이란 비난도 거셌다. 하지만 지난 23일 월드컵 최종예선 한중전에선 분명 이전과 다른 모습이 보였다. 중국 축구 전문가 리쉬안은 승리 자체보다도 “근성이 생겼고 경기 내내 준비해온 전술에 따라 움직였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이번 한 경기 승리로 중국이 ‘공한증’을 완전히 극복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돈이 곧바로 실력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도 분명하다. 하지만 세계 최대규모인 헝다 축구학교에서 체계적인 교육을 받는 유망주가 2,800여명이나 되고, 축구가 초중학교 필수과목으로 지정되고, 전국적으로 축구학교가 2만개까지 늘어나는 등 체계적인 교육ㆍ지도 시스템이 구축되고 있는 상황까지 감안하면 ‘축구 굴기’의 가능성도 점쳐볼 만할 것 같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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