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 참가자들 “이렇게 쉬운 인양, 왜 이제야…”
친박·보수집회 간 김진태는 “제 이름 호명 말아달라”
세월호가 바다 위로 떠오른 뒤 맞이한 첫 주말인 25일. 제21차 촛불집회가 열린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선 세월호 진상조사 촉구와 책임자 처벌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분향소엔 미수습자 9명의 온전한 귀환을 기원하는 시민들의 추모 발걸음도 계속됐다.
이날 오후 대전에서 16세 딸과 함께 왔다는 촛불집회 참자 심수정(46)씨는, 분향소에서 헌화를 마치고 나오며 눈물을 왈칵 쏟았다. 심씨는 “이제라도 세월호 인양이 이뤄진 건 다행이지만, 한편으론 이렇게 쉬운 인양이 왜 이제서야 이뤄졌는지 답답한 마음”이라며 가슴을 쳤다. 그는 이어 “인양된 선체조사가 철저히 이뤄져 책임자가 처벌되고, 같은 일이 다신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고 전했다.
오후 5시부터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이 주최한 촛불집회에서도 세월호 인양에 대한 안도의 목소리와 함께 책임자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수사 및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퇴진, 재벌총수 처벌에 대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시민 발언자로 나선 대학생 이동규(20)씨는 "참사 당시 알 수 없는 곳에서 7시간을 보낸 박 전 대통령은 잘못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박근혜 구속"을 외쳤다.
주최측 추산 약 10만여 명이 모인 본집회에서는 세월호 인양 작업을 지켜본 뒤 팽목항으로 이동한 미수습자 가족들이 보낸 영상이 상영됐다. 단원고 조은화양의 어머니 이금희(49)씨와 허다윤양의 어머니 박은미(47)씨는 이날 영상에서 “아이들이 갇혀있는 세월호가 이제라도 떠오를 수 있는 건 국민들의 관심 덕분”이라면서 “인양 작업이 아직 완료된 건 아닌만큼 끝까지 관심을 기울여달라”고 호소했다. 희생자 건우군의 아버지 김광배(52) 4·16가족협의회 인양분과팀장도 이날 발언대에 올라 “곧 이뤄질 선체 조사위원회에서도 제대로 된 진상조사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본집회를 마친 뒤에는 세월호 실사 현수막을 에드벌룬으로 띄우는 펴포먼스를 벌이며 인양작업의 무사 마무리를 기원한 뒤, 명동을 경유하는 도심 방향과 총리공관 방향으로 행진을 벌인 뒤 행사를 마무리했다.
친박·보수단체들은 이날 오후2시부터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세 번째 집회를 열고 “박근혜 불구속”을 주장했다. '대통령 탄핵무효 국민저항총궐기 운동본부(국민저항본부)'측은 이날 천안함 피격사건 7주기 추모행사도 함께 진행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김진태·조원진 자유한국당 의원 등 친박(친박근혜)계 정치인들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마녀사냥'을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은) 거짓과 선동에 의해 탄핵당했다”며 “박 전 대통령을 구속하면 전면적 투쟁을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자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중인 김 의원은 선거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듯 집회 참가자에게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하면서도 "여러분이 몇 달째 대한문에 오는데 얼마나 힘드냐"면서 "(대선에서) 제대로 된 대통령 뽑으면 이런 고생을 할 필요가 없다"고 외쳤다. 그는 "다음 주 이 자리에 왔을 때 여러분께 위로의 말을 듣지 않도록 꿋꿋하게 살아서 돌아오겠다"고 덧붙였다.
사회자인 손상대 뉴스타운 대표이사도 선거법을 의식한 듯 "(김 의원 이름을 외치고 싶으면) 조원진을 외치라"고 말해 김 의원이 발언하는 도중 “조원진”이 연호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오후 4시 10분쯤부터 대한문 앞을 출발해 을지로2가와 명동역, 남대문 등을 거쳐 대한문 앞으로 돌아오는 행진을 진행한 뒤 다시 대한문 앞에 모여 2차 집회를 가졌다. 주최측은 “오늘 집회에 54만명이 집결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이날 154개 중대 1만2,300여명을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고, 두 집회는 큰 사고 없이 마무리됐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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