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대선주자 김진태 의원은 요즘 입만 열면 “홍준표”입니다.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 국무총리가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한 이후 홍준표 경남지사가 보수진영의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자 하루가 멀다 하고 ‘홍준표 때리기’에 나서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를 두고 역설적으로 김 의원에 대해 ‘홍준표 바라기’라는 말까지 나옵니다.
김 의원의 ‘홍준표 때리기’는 약 열흘 전부터 시작됐습니다. 홍 지사가 출마 선언 장소를 대구 서문시장으로 발표하자 김 의원은 1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 대통령을 지우겠다는 분이 박 대통령이 정치적 고비가 있을 때마다 방문했던 대구 서문시장에서 출정식을 연다고 합니다. 홍 지사는 출정식 장소나 바꾸고 박근혜 지우자고 하시길 바란다”고 비판합니다.
독설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운 홍 지사가 “걔(김 의원)는 내 상대가 안 된다”고 일갈하자 김 의원도 이에 질세라 17일 “’애들은 가라’고 하는 홍준표 경남지사는 뱀 장사냐?”라고 직격탄을 날립니다. 그러면서 “품위를 지켜달라”는 고언도 아끼지 않았습니다.
김 의원의 홍 지사 때리기는 주말에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홍 지사가 18일 대구 서문시장 출마선언에서 “대법원에서 유죄판결 나면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자살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말하자, 김 의원은 즉각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자살을 검토하는 사람도 있나? 억울한 거 있어도 재판으로 풀어야지 자살하겠다면 국민을 상대로 협박하는 격이다. 이거 어디 무서워서 국민 하겠냐”고 비판했습니다.
이후 김 의원은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홍 지사에게 날을 세우고 있습니다. TV토론회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24일 열린 한국당 경선 합동토론회에서 김 의원은 10분 동안 주도권을 쥐고 상대 후보에게 질문을 할 수 있는 시간 대부분을 홍 지사에 할애했습니다.
행보 역시 홍 지사의 뒤를 밟는 모양새입니다. 홍 지사가 18일 대구 서문시장에서 출마선언을 하자 이틀 뒤 김 의원 역시 서문시장을 방문해 지지자들을 만났습니다. 홍 지사가 22일 부산에서 한국당 경선 합동토론회 후 자갈치시장을 방문한다고 발표하자, 김 의원도 부랴부랴 일정을 추가해 자갈치시장을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이만하면 ‘홍준표 바라기’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듯 합니다.
전문가들은 김 의원의 ‘홍준표 때리기’가 고전적인 선거전략이라 말합니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후발주자 입장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후보와의 대결구도를 부각시킴으로써 본인의 존재감을 강화하는 것은 일반적인 선거전략 방식”이라고 설명합니다.
김 의원의 전략은 실제 여론조사 지표상으로도 효과를 거두는 듯합니다. 리얼미터가 MBNㆍ매일경제 의뢰로 20일~22일 전국 성인남녀 1,531명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2.5%포인트)에서 김 의원이 5.2%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6위에 올랐기 때문입니다. 친박계의 지원을 받아 홍 지사와의 대결 구도를 만드는 데는 일단 성공한 듯 보이지만, 김 의원은 ‘극렬 친박’의 대표 주자라는 한계가 분명히 그어져 있습니다. 윤 센터장은 “전국적인 대선주자로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네거티브를 넘어서 준비된 정책과 공약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합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표심을 등에 업고 홍 지사를 추격하는 김 의원의 전략에 국민들이 얼마나 더 호응할지 지켜볼 대목입니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상세한 조사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www.nesdc.go.kr)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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