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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가 궁금해?] “네거티브 싸움 文-安, 누가 이길지는 우주의 기운에 맡겨야”

입력
2017.03.2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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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TV토론회 후 SNS 격돌

“상대보다 자기 더럽혀” “정 떨어져”

같은 친노라도 함께 일한 적 없고

‘부산팀’ ‘금강팀’ 뿌리부터 달라

文 이기면 ‘선의 본부’ 따로 설치?

경선 후 화학적 결합은 기대 난망

토론 잘하고 전달력 있는 이재명

‘적자 프레임’ 갇혀 최대 피해자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 간 신경전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안 지사의 ‘대연정’ ‘선의’ 발언으로 균열이 생기기 시작하더니 얼마 전엔 문 전 대표의 ‘전두환 표창’ 발언을 놓고 격돌했다. 안 지사가 22일 페이스북에 “질리고 정 떨어진다”며 작심하고 비판 글을 올리면서 두 사람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해석도 무성하다. 도대체 양 캠프 사이에선 무슨 일이 오고 간 걸까. 경선 후유증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과열된 경선 분위기와 앞으로 전망을 짚어보기 위해 야당 출입기자들이 카톡방에 모였다.

불타라 청춘(이하 불청)=안 지사는 구체적으로 문 전 대표의 어떤 점에 질린다는 건지.

춘래불사춘(이하 불사춘)=문 전 대표가 안 지사의 ‘대연정’과 ‘선의’ 발언에 대해선 비판하고, 자신의 ‘전두환 표창’ 발언에 대한 비판은 네거티브로 몰아붙이니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한 거 같아요.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이런 심정이랄까? ㅎ

불청=안 지사가 작심 비판한 계기는.

강백호(이하 강백호)=21일 열린 MBC TV토론회 녹화였죠. 그날 오전 안 지사는 의원멘토단 모아 놓고 “확전을 자제하고 품격 있게 경선하자”고 다독이고 페북에도 같은 내용을 올렸어요. 그런데 TV토론 막바지에 문 전 대표가 네거티브 하지 말라며 몰아세우니 ‘적반하장도 유분수지’라고 생각한 듯.

임금님귀는 당나귀귀(이하 당나귀)=그러다 문 전 대표가 토론 녹화 마친 지 얼마 안 된 오후 6시 54분 페북에 “네거티브는 상대를 더럽히기 전에 자기를 더럽힌다”는 글을 올린 게 불을 붙였죠. 안 지사가 토론 끝나고 충남 홍성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그거 보고 정말 크게 실망했다는 후문.

불청=새벽 2시. 안 지사가 페북에 글을 올린 시간도 화제죠. 페북 글은 밤에 쓰면 안 된다는 말도 있건만. ㅎㅎ

강백호=원래 안 지사가 새벽에 글을 잘 올려요. 부인 민주원 여사한테 보여주면 글이 너무 감성적이라 ‘일단 자고 글은 내일 아침에 다시 올리라’는 핀잔을 듣기도 한다던데 이번에는 안 보여준 듯. ㅎㅎ

불청=네거티브 문제에선 안 지사만 억울한 건지.

강백호=사실 ‘전두환 표창’ 논란 관련해 안 지사 측이 ‘문 전 대표가 자랑했다’는 프레임을 만든 건 조금 악의적인 측면이 있죠.

불청=문 전 대표가 안 지사에게 “네거티브 하라고 속삭이는 사람들 멀리하라”고 조언했는데.

강백호=문 전 대표 캠프가 “박영선 의원을 비롯한 비문ㆍ반문 의원들이 캠프에 합류하면서 안 지사를 망치고 있다”며 교묘하게 이간질하는 측면이 있죠. 박 의원은 “캠프 안에서 네거티브 대응을 쿨다운 시키는 게 자신”이라며 황당해 하고 있죠.

불청=친노라는 한 뿌리에서 나왔는데 왜 이리 싸우는지.

강백호=안 지사 측은 문 전 대표가 일부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30%선이 무너지자 초조해하는 게 이유라고 해석해요. 하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문 전 대표가 정치적 리더감이 아니다’는 안 지사의 불신이 뿌리 깊은 듯.

당나귀=안 지사의 승부수로 볼 수도 있죠. 22일이 전국에서 현장투표가 있던 날이었고. 호남 경선을 앞두고 반전의 계기가 특별히 없기도 했고.

불청=두 사람이 원래 친한 거 아니었나요.

강백호=안 지사 측은 같은 친노 출신이지만 연배와 지역이 달라 함께 일 해본 적은 없다고 선을 그어요.

당나귀=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에도 금강팀과 부산팀으로 나뉘어 뿌리부터 다르다고. 안 지사는 정치자금 책임을 떠안고 감옥에 가기도 했고. 그래서 안 지사 측 금강팀 멤버들은 노 전 대통령이 어려울 때 곁을 지킨 사람이 안 지사고, 문 전 대표는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갑자기 정치권의 주목을 받은 케이스라고 말해요.

불청=이대로라면 과연 경선 후 한 팀으로 뭉칠 수 있을지.

불사춘=문 전 대표가 경선에 승리하면 안 지사는 공직으로 컴백할 테니 물리적으로 같이 다니긴 힘들죠. ㅎㅎ

강백호=화학적 결합하려면 문 전 대표 캠프에 안 지사 캠프 사람들을 흡수할 별도의 ‘시대교체 본부’나 ‘선의 본부’를 만들어야 할 듯. 문 전 대표 캠프에는 이미 사람이 차고 넘쳐서.^^

불청=‘친노 적자 경쟁’이라는 프레임에서 최대의 피해자는 이재명 시장 아닐지.

불사춘=이 시장이 토론은 가장 잘하는 거 같고 전달력도 있는데 문 전 대표를 끝까지 물고 늘어지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죠.

당나귀=2차 TV토론 때 재벌 개혁과 관련한 문 전 대표의 말실수를 물고 늘어졌다가 부정적 평가를 받은 뒤로 많이 위축됐다고.

불청=TV토론이 4회 남았는데 남은 기간 전망은.

불사춘=문 전 대표는 TV토론 초반만 해도 들고 나온 원고를 읽기만 해 기자들이 ‘문원고’라고 부를 정도였어요. 최근에는 여유를 찾아간다는 평가를 받고요. 그런데 지난 주말 KBS 토론회에선 원고 없이 너무 자신 있게 하다가 ‘전두환 표창’ 발언이 나왔다고. 그러길래 잘 나갈 때 조심했어야. ㅎㅎ

당나귀=이 시장이 말투도 그렇고 논리도 그렇고 토론을 잘 하거든요. 가끔 쓰는 용어가 거칠다고 캠프에선 걱정하지만. 어쨌든 확실한 이미지를 각인시킨 만큼 이미 승자라고 볼 수도 있죠.

불사춘=토론회는 지지자들이 주로 보기 때문에 승패에 큰 영향을 주기 어렵다는 말도 있잖아요. 그러니 누가 경선 승기를 거머쥘지는 각자 우주의 기운에 맡겨야 하지 않을지. ㅎㅎ

강백호=안 지사도 “질리고 정 떨어진다”는 거친 표현 대신 평소 스타일대로 논리적으로 문 전 대표 리더십을 지적하면 승산이 있지 않을지. ‘안철수 김종인 등 옆에 있는 사람이 다 떠났다’ ‘선거에서 제대로 이겨본 적 없다’, 이런 식으로 근거를 들어가며.

당나귀=안 지사가 즐겨 부르던 노래가 버즈의 ‘겁쟁이’인데 가사 중에 ‘자신 있게 못하는, 늘 숨어만 있는 나는 겁쟁이랍니다’라는 구절이 있죠. 안 지사가 이번에는 자신의 에너지를 제대로 폭발시킬지, 아니면 감옥 안에서 필사했다던 금강경의 세계로 다시 숨어들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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