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흥국생명 선수들/사진=한국배구연맹
[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경험 부족과 경기 감각은 기우에 불과했다. 정규리그 우승팀 흥국생명이 IBK기업은행의 막판 추격을 뿌리고 5전 3선승제의 챔피언 결정 1차전을 가졌다. 지난 6시즌 연속 1차전 승리 팀이 예외 없이 우승 트로피를 가져갔다는 점에서 흥국생명이 매우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흥국생명은 24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NH농협 V리그 여자부 기업은행과 홈 1차전에서 세트 스코어 3-2(25-13 20-25 25-22 13-25 15-13)로 이겼다.
2007년 이후 10년만의 통합 우승 기회를 잡은 흥국생명은 1차전을 잡으며 단숨에 6부 능선을 넘었다. 역대 챔프전에서 1차전을 이긴 팀이 우승할 확률은 54.5%(11회 중 6회)다. 2010~11시즌부터는 6년 연속으로 1차전 승리 팀이 우승을 차지했다.
오랜 휴식에도 타비 러브(26ㆍ흥국생명)와 이재영(21ㆍ흥국생명) 쌍포의 위력은 여전했다. 둘은 51득점(러브 27점ㆍ이재영 24점)을 합작했고 전체적으로도 고른 활약이 나왔다.
경기 감각 우려를 비웃듯 수비가 너무 좋았고 결정적으로 김수지(14득점)가 중앙에서 알토란같은 역할을 했다. 경기 후 김수지는 "첫 경기에서 고비가 많았는데 잘 이겨낸 것 같아 다들 뿌듯하다"며 "경기 감각이 떨어진 건 사실이다. 연습하면서 풀어보려고 노력했다. 수비나 블로킹 포지션 등에 중점을 뒀다. 즐기는 배구가 우리 팀 장점이다. 계속 즐겼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경기 전 박미희(54ㆍ흥국생명) 감독의 주문도 선수들의 정신력을 깨우는 데 한몫했다. 그는 "많은 선수가 운동하지만 모두가 결승전에 오르는 건 아니다"며 "그래서 너희들은 특별하다"고 힘을 불어넣었다.
기업은행은 외국인 선수 매디슨 리쉘(24ㆍ미국)이 양 팀 최다인 28득점(공격 성공률 38.35%)을 몰아쳤으나 팀 패배로 빛이 바랬다. 이정철(57ㆍIBK기업은행) 감독은 흥국생명의 약점을 경기 감각으로 보고 초반부터 강력한 서브로 몰아치겠다고 선전 포고했으나 오히려 기업은행 쪽에서 초반 너무 많은 범실이 나오면서 승기를 놓쳤다.
이날 기업은행은 1세트 수비가 전혀 안 되면서 맥없이 잃었다. 리시브가 흔들려 뻔히 보이는 공격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2세트는 서브가 잘 되면서 리듬 찾아간 기업은행이 잡았다. 서브와 서브 리시브 등 기본이 살아났다. 그러나 분수령인 3세트는 쌍포를 앞세운 흥국생명이 접전 끝에 잡았다. 기업은행은 4세트 박정아(24ㆍ기업은행)가 살아나면서 손쉽게 따냈다.
운명의 5세트는 흥국생명이 초반 기선을 잡았고 기업은행은 뒤늦게 맹추격했다. 기업은행의 숨 막히는 추격전이 전개되던 순간 해결사로 등장한 건 이재영이다. 13점에서 연속 스파이크로 마지막 2점을 손수 마무리 지으며 홈 관중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양 팀 간 2차전은 하루 쉰 뒤 26일 같은 장소에서 재개된다.
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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