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선위, 대우조선 분식회계 묵인ㆍ방조한 딜로이트안진에 ‘1년간 신규영업 정지’ 결정
‘빅4’ 구도 국내 회계업계 지각변동 예고… 안진에 감사 맡겼던 기업들도 ‘비상’
대우조선해양의 7조원대 분식회계를 묵인ㆍ방조한 책임을 물어 금융당국이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이하 안진)에 ‘향후 1년간 신규 업무정지’라는 중징계를 결정했다. 국내 4대 회계법 중 한곳인 안진의 영업정지로 당장 안진에 회계감사를 맡겼던 기업들의 일대 혼란이 불가피해졌고, 회계업계에도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는 24일 임시회의를 열고 “안진이 2010~2015년 6년간 대우조선을 감사하면서 분식회계를 조직적으로 묵인, 방조, 지시했다”고 결론 내리고 1년간 신규 감사업무를 정지시킬 것을 금융위원회에 건의하기로 했다. 증선위는 또 증권신고서 거짓 기재에 따른 과징금 16억원, 2014년 위조 감사조서 제출에 따른 과태료 2,000만원, 손해배상공동기금 추가적립 100%, 대우조선해양 감사업무제한 5년 조치 등의 징계도 함께 의결했다. 안진 소속 공인회계사 4명에 대해서는 등록취소를 건의했다.
증선위는 “안진의 담당 회계사는 물론, 경영진도 대우조선의 분식회계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으면서도 장기간 감사인으로서의 기본 책무를 저버렸다”고 중징계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증선위 결정이 다음달 5일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확정되면 안진은 4월5일부터 내년 4월4일까지 신규 감사업무를 맡을 수 없게 된다.
안진은 국내 회계법인 ‘빅4’ 중 한 곳으로 감사기업만 1,100여곳에 달하는 대형 업체다. 이에 따라 당장 시장의 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제재가 확정되면 안진은 증시 상장법인과 증선위의 감사인 지정회사, 비상장 금융회사의 감사업무를 새로 맡을 수 없다. 여기에 기존 고객사 가운데도 재계약 시점이 도래한 3년차 상장회사, 1~2년차라도 올해 새로 감사계약을 체결한 업체는 감사를 맡을 수 없게 된다.
지난해 말 기준 안진의 회계감사 고객사 중 3년차로 재계약 대상인 회사는 80여곳, 지정감사 회사는 70여곳으로 알려져 외형상 대상은 많지 않지만 이들 대부분이 대형 상장법인이어서 안진의 매출은 최소 20% 이상 급감할 거란 예상이 나온다. 여기에 대형 상장사를 따라 계열 비상장사들도 대거 계약을 해지할 가능성도 높고 이미지 실추를 이유로 안진과 결별하는 기업들도 적지 않을 걸로 보인다.
업계에선 다양한 후폭풍을 우려하고 있다. 금융위는 이날 안진에 대한 제재결정 내용과 함께 급하게 회계법인을 변경해야 하는 기업들의 사정을 감안해 올해 감사인 선임기한을 기존 4월말에서 5월말까지로 한 달 연장하고, 감사보고서 제출기한도 최소 1개월 이상 연장해 주기로 했다.
하지만 안진의 고객사들이 일제히 회계법인을 변경하면 새 회계법인을 찾기 어려울 가능성도 높다. 한 회계사는 “대형 법인에서 감사를 받다가 중소 회계법인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삼일, 한영 등 대형 법인에 일감이 쏠릴 경우, 제대로 된 회계 감사를 받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기업이 감사인 선임에 어려움을 겪을 경우에는 한국공인회계사회를 통해 적합한 감사인을 추천 받거나 상담센터를 이용할 수 있다.
안진이 앞으로 재기하기 힘들 거란 전망도 나온다. 소속 회계사들의 이탈 움직임에다, 현재 안진과 파트너십을 맺고 잇는 글로벌 회계컨설팅사 딜로이트가 다른 파트너사를 찾고 있다는 소문도 돈다.
유광열 증선위 상임위원은 “이번 건은 사회ㆍ경제적 파장이 큰 점을 고려해 6번의 회의를 거쳤다”며 “과징금 조치만으로는 시장질서를 바로잡을 수 없다고 판단해 중징계를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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