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최씨와 불편한 관계였다”
삼성 후원금 개입 혐의 부인
崔, 朴이 정유라 언급 주장에 당혹
“김종이 날 거짓말쟁이로 몰아”
김종(56ㆍ구속기소)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삼성을 압박해 후원금을 강요했다는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한때 최순실(61ㆍ구속기소)씨의 ‘이권 챙기기’에 도우미 역할을 해온 김 전 차관은 재판에서는 줄곧 “최씨와 불편한 관계였다”며 거리를 두고 있다.
김 전 차관은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의 심리로 열린 최씨와 장시호씨, 본인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삼성 후원금 강요 과정에 김 전 차관이 개입됐다’고 밝혔던 증언들을 모두 부인했다.
검찰은 이 자리에서 “최씨가 검찰 조사에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를 후원할 수 있는 곳을 알아봐 달라고 김 전 차관에게 요청했고, 김 전 차관이 삼성을 언급했다’고 진술했다”며 “사실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김 전 차관은 목소리를 높이며 “사실이 아니다”며 억울함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검찰이 “최씨가 왜 그런 진술을 했겠느냐”고 추궁하자, 김 전 차관은 “최씨가 여기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삼성 관련 진술을 거부한 것을 보면 본인 스스로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최씨는 지난 17일 증인으로 나와서 삼성과 관련한 검찰의 질문에 “뇌물죄와 관련해 준비된 게 없고 아는 것도 없어서 (증언을) 거부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김 전 차관이 어린이 빙상캠프가 BH(청와대) 관심사항이라고 말했다”는 김재열 제일기획 사장의 검찰 진술 내용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김 전 차관은 “BH 관심사항이라고 한 적은 전혀 없다”며 “당시 빙상연맹에서 영재 육성과 관련해 설명하고 정부에 지원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김 전 차관은 최씨의 입김으로 자신이 차관이 된 것에 대해선 인정했지만 최씨의 요구를 다 들어준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김 전 차관은 “차관으로 할 수 있는 부분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말한 부분 중 일치된 것에 대해서만 들어줬다”며 “영재센터를 만든다든지 그랜드코리아레저(GKL)에 장애인을 창단하라는 요구 정도를 들어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최씨 생각을 다 들어주지도 않았고 그래서 불편한 관계에 있었다”고 강조했다.
김 전 차관에 대한 검찰과 변호인 측의 신문이 끝나자 최씨가 발언권을 얻어 따져 묻기 시작했다. 최씨는 “아까 저에게 거짓말을 했다고 했는데, 거짓말 한 게 아니라 삼성 후원금을 놓고 (검찰이) 뇌물죄로 병합하려고 하니까 이게 형사상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진술을 거부한 것”이라며 “진술 거부가 거짓말이 되는 건 아니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전 차관이 “2015년 1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저한테 정유라를 직접 언급하며 체육계 영재 프로그램 마련을 주문했다”고 증언한 부분에 대해서도 최씨는 “박 전 대통령은 그러실 분이 아니다”고 두둔했다. 최씨는 “박 전 대통령을 몇 십 년 동안 봤지만 주변인을 특정해서 잘 봐달라고 말하는 분이 아닌데, 정말 정유라를 특정한 게 맞냐”고 따졌다. 김 전 차관이 “거짓말이 아니다”고 맞서자, 최씨는 “박 전 대통령에게 (정유라에 대해) 부탁한 적이 없는데… 믿어지지가 않는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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