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첼로 리피 중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대륙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부임 5개월만에 선수들의 부족한 근성을 뿌리째 바꿔냄으로써 악몽 같던 공한증을 극복했다는 찬사를 받고 있다.
중국 매체들은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6차전에서 중국이 한국을 1-0으로 이긴 23일 당일은 물론 24일에도 온종일 관련 소식을 대서특필했다. 특히 리피 감독의 지도력과 용병술에 대해선 경쟁적으로 극찬을 쏟아냈다. 바이두(百度)와 시나(新浪) 등 포털사이트와 웨이보(微博ㆍ중국판 트위터)ㆍ웨이신(微信ㆍ위챗)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수많은 네티즌들의 ‘리피 앓이’가 봇물을 이뤘다.
관영 신화망은 24일 “리피 감독의 지도 아래 중국이 공한증을 완전히 부숴버렸다”면서 “투지나 경기 내용 면에서 이전과 다른 수준 높은 경기력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화서도시보는 “중국이 5개월만에 크게 변한 것은 리피 감독의 신기에 가까운 지도력 덕분”이라며 “리피 감독은 말로만이 아니라 전술상으로도 공격적인 4-3-3 포메이션을 쓰는 등 선수들 스스로 강팀이라는 자신감을 갖게 했다”고 극찬했다. 경기 후 리피 감독이 기자회견장으로 들어서자 중국 기자들이 일제히 박수와 함께 환호를 보낸 장면은 상징적이었다.
SNS에서는 결승골을 합작해낸 위다바오(于大寶)와 왕융포(王永珀) 기용이 최대 화제였다. 아이디 ‘tur**’은 “예상치 못한 공격라인으로 상대의 허를 찌른 용병술은 세계적인 명장의 진면목을 보여준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아이디 ‘798**’도 “전문가들도 위다바오와 왕융포가 선발로 나올지를 예상 못했던 것 같다”면서 “리피 감독이 능력있는 선수 발굴과 경쟁체제 도입으로 중국 축구의 발전 가능성을 높였다”고 환호했다.
경기 내내 선수들이 발휘한 투지와 공격축구 성향에 대한 찬사도 쏟아졌다. 아이디 ‘fei**’은 “전반에 부지런히 뛰다가도 후반만 되면 걸어다니던 중국 축구의 고질병을 뿌리째 도려냈다”고 반겼다. 아이디 ‘88g**’은 “설령 경기에서 지더라도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낼 수 있다”면서 “리피 감독이 부족했던 중국 축구의 근성을 뿌리째 바꿔놓았다”고 열광했다.
사실 축구광의 나라이기도 한 중국에겐 이번 한중전 승리가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직전까지 최종예선 5경기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최하위로 쳐진 터라 비기거나 졌을 경우엔 사실상 예선탈락이 확정되는 경기였기 때문이다. 특히 리피 감독 부임 후 첫 경기인 카타르전에서 0-0 무승부로 승점 1점을 따낸 데 이어 상대전적 1승 12무 18패로 절대약세였던 한국을 꺾으면서 월드컵 본선 진출에 대한 실낱 같은 기대를 가질 수 있게 됐다.
2006년 월드컵에서 이탈리아를 우승으로 이끈 명장 리피 감독의 다음 상대는 A조에서 독주체제를 굳히고 있는 이란인데다 원정경기다. 이 경기에서 승리할 경우 리피 감독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거스 히딩크 한국 감독이 그랬듯 명실상부한 ‘대륙의 영웅’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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