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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단계 사기 피해자들, 10년 만에 피해금액 되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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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단계 사기 피해자들, 10년 만에 피해금액 되찾는다

입력
2017.03.24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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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미국 사법당국과 공조 몰수재산 환수

국고 환수 아닌 피해자에 돌려주기는 처음

규정 미비로 환수 우여곡절… 법 신설 시급

검찰이 다단계 사기범의 해외 은닉재산을 찾아 피해자들에게 되찾아줬다. 뇌물이나 정치자금을 국고로 환수한 적은 있지만, 범죄수익을 찾아 피해자들에게 직접 돌려주기는 검찰 역사상 처음이다. 그러나 법적 규정 미비로 이마저도 못 찾을 뻔 한 것으로 드러나 관련 법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검 국제협력단(단장 권순철 부장)은 23일 미국 연방검찰ㆍ국토안보부수사국(HSI)과 공조해 다단계 사기범 곽모(48)씨가 미국으로 빼돌린 재산 9억8,000만원을 환수해 피해자 691명에게 돌려줬다고 24일 밝혔다. 곽씨는 2007~2008년 ㈜리차드모건지주회사 등 투자사 2곳을 상장한 뒤 투자자 1,800명을 상대로 수익을 내주겠다고 속여 2,500여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곽씨는 이 돈으로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빌라 1채를 매입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 법원에서 징역 9년을 선고 받았다.

대검은 2010년 10월 미국 HSI에 “빌라를 몰수ㆍ처분해 범죄수익을 환수해달라”고 요청했다. 재산이 범죄수익으로 드러나면 민사소송절차에 따라 몰수하도록 한 미국 민사몰수제도를 근거로 한 조치다. 미국 연방검찰 등은 2013년 5월 곽씨의 재산을 몰수한 뒤 경매에 부쳤다.

문제는 이 돈을 한국으로 반환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부패재산몰수법 제6조에는 몰수ㆍ추징한 범죄피해재산을 피해자들에게 돌려주도록 하는 범죄 유형으로 횡령ㆍ배임죄만 규정하고 있어 다단계 사기 피해 같은 재산범죄는 피해를 회복하기 어렵다. 결국 검찰은 피해자들을 대신해 몰수된 재산을 돌려달라고 미국 측에 청구했다. 피해자들의 변호사 역할을 한 것이다. 미국 법무부는 대검이 피해자들의 신청을 받아 명단과 피해금액을 미국에 보내면 공매대금 중 비용을 공제한 금액을 반환하기로 결정했다.

대검 국제협력단은 수사관 7명을 파견 받아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하고 피해사실 확인에 나섰다. 검찰은 피해자 가운데 691명이 139억원의 피해를 입은 사실을 파악해 평균 140만원씩 돌려줬다. 일부 피해자들은 “10년 전에 사기를 당해 포기하고 있었는데 일부나마 찾아줘 감사하다”며 대검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권순철 국제협력단장은 “검찰이 적극적으로 범죄 피해금을 환수해 피해자들에게 돌려줄 법적 근거가 없어 미국 법 규정에 따라 진행했다”며 “범죄 피해금을 국고로 환수한 뒤 피해자에게 돌려주고, 외국 수사기관에서 몰수한 범죄피해재산을 돌려받을 수 있는 제도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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