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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수” 3일 만에 말 바꾼 골드만삭스… 투자자들 혼란

입력
2017.03.2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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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지주사로 전환” 분석에

주가 17만원까지 치솟으며 급등

불과 사흘후 “목표가 도달했다”

중립 의견 내자 주가 다시 급락

외국계 IB들 ‘묻지마 리포트’에

추격 매수 나선 개미들 피해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 내 골드만삭스 사무실 전경. 뉴욕=AP 연합뉴스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 내 골드만삭스 사무실 전경. 뉴욕=AP 연합뉴스

#. 23일 현대자동차 주가는 전날보다 2.94% 뒷걸음친 16만5,000원으로 주저앉았다. 불과 이틀 전인 21일 8.63% 급등하며 최근 1년래 최고치인 17만원까지 치솟았던 기세는 금세 무색해지고 말았다. 증권업계에선 “최근 이렇다 할 재료도 없었던 현대차 주가가 사흘간 급등락을 한 데는 외국계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의 보고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외국인 투자비중이 높은 국내 금융시장에서 대형 IB들의 입김에 국내 투자자들이 쉽게 휘둘리는 현상이 자주 반복되고 있다. 시장에선 IB들이 종종 객관적 논리에 근거한 전망ㆍ추천보다 금융시장에서의 위상을 앞세운 묻지마 리포트로 투자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

최근 현대차 주가를 춤추게 한 골드만삭스의 예가 대표적이다. 골드만삭스는 22일 오후 발표한 보고서에서 현대차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보고서는 “현대차를 매수 추천 목록에 올린 2월 6일 이후 코스피지수가 5% 오르는 동안 현대차 주가는 25% 올랐다”며 “현대차 주가가 목표주가에 도달했다”고 분석했다. 앞서 골드만삭스가 지난 2월 목표주가 16만5,000원을 제시할 당시 현대차 주가는 15만원을 밑도는 상황이었다.

보고서 발표 후 23일 장이 열리자 이를 ‘매도’ 신호로 본 기관들이 일제히 주식을 팔아 치우면서 현대차 주가는 다시 16만원선으로 내려왔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매수 의견을 냈던 증권사 보고서가 목표주가를 올리지 않고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바꾼 것은 사실상 매도해야 한다는 의미”라며 “기관은 팔아 치웠지만 뒤늦게 추격 매수에 들어간 개인과 일부 외국인이 그나마 주가를 떠받친 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골드만삭스는 불과 사흘 전인 20일에는 “현대차가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지주회사로 전환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으면서 매수 의견을 유지했다. 보고서 내용이 알려지면서 21일 외국인들은 현대차 주식을 1,100억원 넘게 사들이면서 주가를 띄웠다.

골드만삭스는 22일 보고서에서 여전히 현대차가 지주회사 전환에 유리하다는 입장은 유지했지만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하지는 않았다. 증권업계 한 연구원은 “현대차가 지주회사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지난해 연말부터 계속 나왔던 상황”이라며 “특별한 이슈가 없는 상황에서 골드만삭스가 보고서를 내 현대차 주가를 올리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외국인 투자 비중이 높은 종목일수록 외국계 금융기관의 보고서에 따라 주가가 급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현대차의 외국인 주식 비중은 약 45%에 달한다.

IB들은 앞서 이달 중순에도 국내 금리인상 가능성을 두고 외국 투자자들에 유리한 목소리를 냈다. 한국은행이 연내 수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낮출 것이라고 전망했던 모건스탠리, 바클레이 등은 미국이 3월 기준금리를 인상하자 일제히 ‘연내 동결’로 태도를 급선회했다.

미국 금리인상으로 금리역전에 따른 자금유출 우려가 크기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한국과 미국의 금리 격차로 채권 투자 수익률이 악화하면서 자금이 우르르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에 사실상 한은에 ‘금리 동결’을 요구한 것 아니냐고 보고 있다. 채권업계 한 관계자는 “금리 인상 여부는 외국인 투자자금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이라며 “아마 연말이 되면 IB들이 한은이 금리 인상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를 다시 낼 것”이라고 말했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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