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 명예교수가 수업 중 장애학생을 비하하는 발언(본보 10일자 12면)을 했다는 이유로 논란이 되고 있지만, 문제를 파악하고 피해자 보호에 적극 나서야 할 학교 측이 방관만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진상 파악이 우선이라면서 학생들에게 나눠준 설문지가 오히려 2차 피해를 야기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당 교수는 “(장애 학생을 비하하는) 잘못을 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23일 한양대와 학생들에 따르면, 7일 임모(68) 교수의 장애학생 비하 발언 이후 보름 넘게 지났지만 대학 측은 사건의 진상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교수의 소속 단과대 측이 피해 학생에게 당시 상황을 듣고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지를 돌렸지만, 이렇다 할 결론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설문을 돌린 것도 열흘 가까이 시간이 흐른 16일이었다. 현재는 “(문제의) 발언에 대해 진상은 거의 파악이 됐고, 곧 인사위원회가 열릴 예정”이라며 말을 아끼고 있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진상 파악을 위해 돌린 학교 측 설문지가 또 다른 논란만 부추겼다는 얘기가 나온다. 9개 설문 항목 중 ‘담당교수의 언행이 부적절했는지’ ‘그 정도가 어느 정도 심각했는지’ 등에 대해 주관적인 판단을 자유롭게 써달라고 한 부분을 두고 피해 학생 등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피해 학생은 “발언이 부적절했는지는 오직 피해자가 판단할 몫인데, 그걸 주변 학생들에게 묻는다는 것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총학생회 측도 “임 교수에게 유리한 답변을 받아 여론을 희석시키려는 학교의 의도가 있는 게 아닌지 의심된다”고 밝혔다. 해당 설문 결과는 현재 학교 교무처로 넘어가 있는 상태다.
해당 교수는 피해 학생과 학생회 측 공개 사과 요구에도 묵묵부답이다. 일부 학생은 수업시간에 “임 교수가 ‘사과를 하지 않겠다’고 공언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학생들에게는 민형사상 소송을 걸겠다’고 말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임 교수는 본보와 통화에서 “잘못이 없으니 길게 말하기 싫다”면서 “다만 장애학생 도우미를 통해 간접적으로 사과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취재 결과 도우미 학생에게는 ‘나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고, 학생들도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는 문자메시지만 보냈던 것으로 확인됐다.
임 교수는 7일 수업시간에 장애학생을 호명해 "여러분 이 학생은 장애인입니다" "퀴리부인을 아느냐, 모르면 장애인 자격 없다" 등의 비하 발언을 해 논란이 일었다. 당시 임 교수는 “(비하가 아니라) 퀴리 부인을 보고 더 열심히 하라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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