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진상조사 후 형사고발”
지역위원장 6명 유출… 경위 파악
후보들은 말 아끼며 “확전 자제”
安ㆍ李측, 文 겨냥해 책임 공세
文측 “검증 중 노출 불가피” 주장
신경전도 계속… 安 “비전 없다” 文 직격
더불어민주당이 대선 후보 경선을 코앞에 두고 뒤숭숭하다.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의 네거티브 충돌에 이어 현장투표 결과 유출 파문이라는 악재가 겹쳤기 때문이다. 이에 호남을 시작으로 하는 지역 순회경선을 앞두고 경선 파행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선거관리위원회는 23일 긴급대책회의를 갖고 전날 터진 전국 현장투표 결과 유출 파문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했다. 일부 캠프에서 경선 보이콧 가능성까지 흘러 나오는 등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조기 진화에 나선 것이다. 당 선관위는 회의 직후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진상조사에 착수한 뒤, 범죄혐의가 드러나면 형사고발 등의 조치를 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양승조 의원을 진상조사위원장으로 임명한 뒤 곧장 조사위를 가동해, 실제 투표 결과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경기와 대구ㆍ경북, 전북 등 지역위원장 6명을 확인한 뒤 이들을 대상으로 경위를 파악 중이다.
당 선관위는 유포된 현장투표 결과의 진위 여부에 대해서는 “확실한 건 인터넷에 떠돈 내용은 중앙선관위나 중앙당, 당 선관위에서 확인할 수 없는 내용”이라며 “개표 결과는 전혀 신뢰할 수 없는 근거 없는 자료로 인식해 줬으면 한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현장 투표소에서) 어깨 너머로 보이는 자료와 정보일 수 있다”며 실제 개표 결과가 반영됐을 가능성도 부정하지 않았다.
당 선관위가 뒤늦게 수습에 나섰지만, 각 대선주자 캠프에서는 ‘현장투표 무효화’ 주장까지 나오는 등 유출책임을 둘러싼 공방이 이어졌다. 특히 유출된 투표 결과가 문 전 대표에게 유리하게 나온 터라 안 지사나 이재명 성남시장 측에서는 문 전 대표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안 지사 측 박영선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문 전 대표 캠프측에서 이것을 가짜뉴스로 규정했는데 이것이 가짜인지 어떻게 알았을까 하는 부분에 대해 당의 분명한 입장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시장 측 정성호 의원도 “일부 선거 결과가 유출돼 그걸 갖고 대선 분위기를 형성한다면 누가 (결과에) 승복을 할 수 있겠느냐”고 문 전 대표 측을 겨냥했다. 그러나 문재인 캠프의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인 송영길 의원은 “각 후보측 참관인이 개표 결과를 같이 검증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결과) 노출이 불가피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당 일각에서는 진상조사 결과 특정 캠프에 유출 책임이 있는 것으로 드러날 경우, 일부 후보들의 보이콧으로 경선이 파행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더구나 최근 문 전 대표와 안 지사간 네거티브전이 가열되면서 감정이 격앙된 상황이라 우려가 현실화할 가능성에 당 지도부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실제 이날도 신경전이 이어졌다. 문 전 대표가 전주 기자회견에서 “200만 넘는 국민의 민주당 경선 참여로 이뤄진 축제 분위기를 해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확전을 경계했지만 안 지사는 광주 지지조직 발대식에서 “다음 대통령으로서 이끌 미래 비전이 없다”고 문 전 대표를 직격했다. 캠프도 티격태격했다. 송영길 의원은 안 지사의 대연정에 대해 “일당독재를 하겠다는 것이냐”고 비판했고, 박영선 의원은 문 전 대표의 전두환 표창장 논란에 대해 “잠재의식의 발로라고 생각한다”고 공격했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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