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 땐 빠른 시간 내 해지 노력
가계부채 증가 속도 우려할 수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거세진 미국 보호무역주의 움직임으로 수출 경기 등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내비쳤다.
이 총재는 이날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미국 측 입장을 들어보니 환율정책의 투명성을 특히 강조한 부분이 눈에 띄었다”며 “미국 정부의 그런 입장을 감안해보면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하더라도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구나 하는 걱정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양자 협의를 통해 가능하면 빠른 시간 내 해지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시장변동성이 확대되면 시장안정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의 한국 배치와 관련 중국의 경제적 보복 조치에 대해 이 총재는 “중국인 관광객이 3월에 20% 가량 감소하고 여행이나 숙박업 등 관광 관련 업종의 매출이 타격을 받고 고용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며 “(한국의) 대중국 수출비중이 높은 만큼 다음달 올해 경제전망을 수정 발표할 때 이런 무역제한조치의 영향을 파악해서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1,344조원으로 불어난 가계부채에 대해서는 “가계부채가 작년보다 11% 넘게 늘면서 규모와 증가 속도가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며 “가계부채 규모의 증가속도를 억제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대해 정부와 공감대가 있으며, 변동금리 비중을 낮추는 등 가계부채 구조개선 노력, 취약가구에 대한 지원방안 등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가 가계부채 폭증의 원인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기준금리를 인하했던 2014년과 2015년에는 세월호 참사, 메르스 사태 등으로 소비심리가 얼어붙었던 때라 경기회복 모멘텀을 살리기 위한 당연한 결정이었다”며 “다만 거시건전성 정책이 좀더 뒷받침 됐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이날 정부의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추가 지원에 대해서는 “도산 때 발생할 수 있는 국가 경제적 손실 등을 고려할 때 이번 구조조정 추진방안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채권단의 채무 재조정 동의 여부나 대우조선의 자구노력 상황 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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