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이 경기에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KBL(한국농구연맹) 재정위원회에 회부돼 제재를 받았다.
KBL은 23일 오전 “22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고양 오리온과 전주 KCC 경기에서 오리온이 KBL 규약 제 17조(최강 선수의 기용)및 (최선의 경기)등을 위반했다는 경기감독관, 경기모니터링위원, 비디오분석관 보고서 내용에 따라 긴급 재정위원회를 연다”고 예고한 뒤 재정위원회를 열고 심의 끝에 “불성실 경기로 판단해 추일승 감독에게 견책 및 제재금 500만원을 부과하고, 오리온 구단에게는 경고를 부과했다”고 발표했다.
KBL은 그 이유에 대해 “정규경기 1, 2위를 다투는 경기에서 핵심 주전 선수를 부상 등의 이유로 출전을 시키지 않았고, 정규경기에 출전하지 않고 D리그에서 활약하던 비 주전급 선수 위주로 출전시켰으며, 4쿼터에 외국선수를 전혀 기용하지 않은 것은 최강의 선수로 최선의 경기를 해야 하는 규정에 명백히 위배되며, KBL 권익에 반하는 행위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오리온 추일승 감독은 전날 경기에서 애런 헤인즈 등 핵심 주전 선수를 출전시키지 않았고, 결국 83-100으로 패했다.
결과만 놓고 볼 때 경기 포기 논란이 일어날 법도 했지만 과정을 보면 오리온은 억울할 수 있다. 헤인즈는 컨디션이 좋지 않아 결장했고, 그 동안 많이 뛰었던 베테랑 문태종은 무릎에 물이 차 휴식이 필요했다. 무릎을 다친 김동욱도 정규리그 종료까지 뛰기 힘들다. 골 밑의 핵심 이승현은 지난 19일 서울 SK전에 발목을 다쳐 뛸 수 없었다. 정규리그보다 중요한 플레이오프를 준비해야 하는 입장에서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선수들을 내보내기에는 위험 부담이 컸다.
하지만 오리온은 ‘있는 선수’들로 전력을 쏟았다. 1쿼터에 25-26으로 대등하게 맞섰고, 전반까지도 41-45로 4점 뒤진 채 마쳤다. 3쿼터 한 때 45-65까지 뒤졌지만 정재홍, 조의태의 3점슛 등으로 63-71까지 따라붙었다. 기세를 몰아 4쿼터 초반 66-71, 5점 차까지 추격했지만 막판 고비를 넘지 못하고 무너졌다. 슈터 허일영은 40분 풀타임을 뛰었고, 빅맨 장재석은 36분19초를 뛰며 19점 8리바운드로 분전했다. 파울도 KCC(11개)보다 6개 많은 17개를 범했고, 자유투는 6개를 얻은 반면 상대에 16개를 내줄 정도로 적극적인 수비를 했다.
또 추일승 감독은 지난 12일 서울 삼성전을 마친 뒤 오리온 팬미팅에서 사회자의 ‘정규리그 2위로 4강 플레이오프에 직행해서 챔피언 결정전 우승을 합시다’라는 말에 “굉장히 나쁜 생각”이라며 “정규리그뿐만 아니라 챔프전에서도 우승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팬들에게 공언하기도 했다.
추일승 감독은 이날 소명을 통해 “감독 생활을 하면서 지금까지 단 한 경기도 포기해본 적이 없다”며 “어떻게 감독이 선수들에게 이기지 말라고 하겠나. 선수들의 부상 등 내부 사정이 있어 감독으로서 고충이 있다”고 해명했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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