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ㆍ국책은행은 채무조정 동참
‘출자전환+3년 만기 연장’ 조건
사채권자들이 수용할지 미지수
채무조정 실패 땐 P플랜 시행
발주사들 선박계약 취소 가능성
대선 맞물려 구조조정 차질 우려
정부가 대우조선해양에 신규 자금 2조9,000억원을 추가로 투입하기로 했지만 실제 자금지원이 현실화하기까지는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모든 채권자들이 채무재조정에 합의한다면 즉각 신규 자금이 투입돼 구조조정이 탄력을 받겠지만, 합의에 실패할 경우 대우조선은 ‘초단기’ 법정관리까지 거쳐야 한다. 어느 것 하나 무난하게 넘어가는 걸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정부의 지원방안 자체에도 리스크 요인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추가 지원의 대전제는 채권단의 고통 분담이다. 현재 대우조선 채권단은 국책은행(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과 국내 시중은행, 그리고 회사채와 기업어음을 갖고 있는 사채권자로 구성돼 있다. 이 중에서도 정부의 영향력이 잘 먹혀들지 않는 사채권자들의 채무조정 참여가 절실하다. 당국의 요청으로 이미 시중은행과 국책은행은 출자전환을 포함한 채무조정에 동참하기로 한 만큼 사실상 사채권자들의 태도가 이번 지원방안의 키를 쥐고 있는 셈이다.
이런 점에서 내달 17~18일 열릴 대우조선의 사채권자 집회가 초미의 관심 대상이다. 대우조선은 이들에게 회사채 1조3,500억원, 기업어음 2,000억원 중 50%는 출자전환, 나머지는 3년간 만기를 연장하는 채무조정안을 성사시켜야 한다. 사채권자 입장에선 채권의 50%는 대우조선 주식으로 받고 나머지 50%는 3년 뒤 채권을 분할상환 방식으로 돌려받아야 하는데, 이들이 이를 반길 리 만무하다. 특히 대우조선은 지난해 한국거래소에게서 개선 권고를 받아 오는 9월까지 주식 거래가 제한되고, 이후 주식거래 재개 여부도 아직은 불투명하다.
여기에 대우조선 회사채의 과반인 7,000억원을 갖고 있는 국민연금(3,900억원)과 우정사업본부(1,800억원) 등과 같은 기관투자자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도 변수다. 국민연금은 아직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최순실 사태 와중의 삼성물산 합병 건 관련 홍역을 겪은 경험으로 “채무조정안에 반대해야 한다”는 기류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어음도 또 다른 복병이다. 대우조선이 기업어음을 들고 있는 채권자를 찾는 것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우조선이 채권단을 상대로 채무재조정에 실패하면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정부는 이때 강제적인 빚 정리를 위해 워크아웃과 법정관리를 결합한 구조조정 방식인 프리패키지드플랜(Pre-packaged Planㆍ일명 P플랜)을 추진할 계획이다. P플랜은 금융당국ㆍ채권은행 중심의 워크아웃과 법원이 주도하는 법정관리의 장점을 합친 제3의 구조조정 방식이다. 구조상 채권단의 빚 감축을 강제하면서도(법정관리) 신규 자금 투입(워크아웃)이 빠르게 이뤄질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하지만 단점도 크다. 구조상 법정관리를 3개월 가량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선박 발주사들이 법정관리를 이유로 선박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우려된다. 정부는 회계법인 실사 결과를 토대로 대우조선 파산시 최대 59조원의 경제적 피해가 예상된다고 밝혔는데, 이 가운데 선박 발주 취소 피해(32조2,000억원)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최악의 경우, P플랜 가동 과정에서 대규모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정부 관계자는 “P플랜은 기존 법정관리와 달리 회생절차가 신속히 이뤄져 계약 취소 선박 규모가 많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선박 발주사와의 사전 접촉을 강화하는 등 대책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5월로 예정된 대선도 변수다. 채무조정에 실패하면 P플랜은 대략 4월 말부터 가동된다. 시기적으로 대선과 맞물리는데 이 과정에서 정치권에 의해 대우조선 구조조정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