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방탄정이 후미 밀어붙이자
불법어선 빙빙 돌며 속도 줄어
진입 도중 해경 대원 추락하자
함께 투입된 고속단정이 구출
“폭력저항엔 공용화기 사용할 것”
“여기는 중부해양경비안전본부 상황실. 현재 (인천) 연평 남서방 6해리(11.1㎞)에 불법 중국어선 100여척이 조업 중으로 확인됨. 특수진압대는 긴급 출동해 정밀 검문ㆍ검색할 것. 501함, 502함은 신속히 현장으로 출동해 단속 지원할 것.”
23일 오후 2시 25분쯤 인천 중구 인천해양경비안전서 전용부두 앞바다 불법 외국어선 단속 시범 훈련 현장. 녹색 그물을 바다에 내리고 조업 중인 100톤급 어선 3척을 발견한 해경 헬기가 어선에 접근해 그 위를 빠르게 선회했다.
“상황실, 불법 조업 중인 외국어선 약 100척 확인했음. 현재 어망을 끌며 조업 중인 것으로 확인됨.”
뒤이어 해경 10톤급 고속단정 3척과 20톤급 고속방탄정 3척이 물살을 가르며 어선에 다가갔다. 500톤급 해경 경비함 4척과 200톤급 해군 참수리고속정 2척은 외곽에서 고속정을 지원했다.
어선들이 이리저리 흩어져 달아나자 고속방탄정은 사이렌을 울리며 다가가 어선 후미에 선체를 붙이고 밀기 시작했다. 고속방탄정에 밀린 어선은 빙글빙글 돌며 속도가 줄었다. 어선 선원들은 돌과 쇳덩이를 던지고 막대기를 휘두르며 저항했다. 해경 대원들이 배에 오르지 못하도록 장막도 쳤다. 등선에 애를 먹던 해경 대원들은 섬광폭음탄을 어선 안으로 던졌다. ‘펑’하는 소리와 함께 순간적으로 강렬한 빛이 쏟아져 나왔고 선원들은 5~10초 동안 눈이 보이지 않고 귀도 잘 들리지 않는 상태가 됐다. 그 사이 고무탄 발사기 등으로 무장한 해경 대원들은 배에 올라 선원들을 제압했다.
이 때 다른 어선 나포에 나섰던 해경 대원 2명이 해상에 추락했다는 긴급 상황이 무전으로 전파됐고 고속단정은 급히 추락한 해경 대원에게 접근해 배 위로 끌어올렸다.
내달 4일 공식 출범하는 서해5도 특별경비단이 이날 해군과 합동으로 벌인 시범 훈련을 통해 첫 선을 보였다. 이날 훈련은 중국어선 100여척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해 불법 조업하는 상황을 가정해 진행됐다. 이날 서해 5도 주민과 자치단체, 해군 관계자 등 100여명은 3008함에서 훈련을 참관했다.
해경 관계자는 “창단을 앞둔 서해5도 특별경비단의 강력한 단속 의지를 표명하고 서해5도 주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도록 이번 훈련을 마련했다”라며 “훈련에선 공용화기를 쓰지 않았지만 실제 단속 현장에서 외국어선이 집단 폭력저항에 나선다면 매뉴얼에 따라 공용화기도 적극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해5도 특별경비단은 4월부터 40㎜ 함포, 20㎜ 벌컨포를 탑재한 500톤급 경비함과 시속 74㎞ 이상 속도를 낼 수 있는 고속정 등을 갖추고 서해 NLL 해역에서 외국어선의 불법 조업 단속을 전담하게 된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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