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트ㆍ배기굴뚝 사라져… 우현 외형은 침몰 때 거의 그대로
미수습자 유실 막기 위해 창문ㆍ출입구에 그물망 촘촘
해저면과 충돌한 좌현 심하게 파손됐을 가능성
내부는 구조물ㆍ진흙 등 뒤섞여 진입하기도 쉽지 않을 듯
초속 3m, 세계적으로도 강력한 조류로 알려진 맹골수도의 차가운 바닷속에 꼬박 3년간 갇혀 있던 세월호가 23일 오전 바다 위로 떠올랐다. 오전 6시가 넘어 조금씩 주위가 밝아오자 거대한 잭킹바지선(인양 유압잭이 장착된 바지선) 2척의 좁은 공간 사이로, 조류에 휩쓸리고 소금기에 침식된 세월호의 상처 입은 모습이 훤히 드러났다.
1,073일 전 그날 좌현 쪽으로 침몰했던 세월호는 우현부터 먼저 수면으로 떠올랐다. 드러난 선체의 전반적 형태는 침몰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3년 전 사고 당시 전국에 생방송된 마지막 구조 장면의 모습 그대로 세월호는 인양됐다. 그 동안 강력한 조류, 수온 변화, 염분의 침식, 인양 작업에 필요한 구조 변경 등이 이어졌음에도 세월호 선체는 거의 그대로 유지돼 있었다. 마스트(갑판 수직기둥) 연돌(배기 굴뚝) 램프(육지와의 연결 통로) 등 주요 돌출 구조물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긴 했지만, 선박 본체 쪽 형태는 침몰 전과 달라진 게 없었다. 조개류 등이 선체 표면에 붙지 못하게 발라두는 방오도료(오염방지제ㆍTBT) 덕분인지 선체에 는 따개비나 조개류가 들러붙어 있지도 않았다.
외부 충격이 있었다면 흔적이라도 남았어야 하는 움푹 들어간 부분 등도 찾아 볼 수 없었다. 표면의 일부 긁힌 자국은 처음에 리프팅 빔 방식이 아니라 인양줄(와이어)을 직접 세월호에 거는 방식으로 인양 작업을 시도할 때 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정용선 한국잠수연구원 박사는 “항공촬영 사진으로 판단해 보면 선체 전반적으로 큰 상처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청관 잠수명장 역시 “상하이샐비지가 인양에 필요해서 뚫은 구멍을 제외하면 외형상 부식이나 손상은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다만 염분과 뻘이 뒤섞인 최악의 환경에 3년이나 묻혀 있던 세월의 흔적 탓에 부분적으로는 선체 이곳 저곳이 상처투성이였다. 군데군데 뻘이 묻고 여기저기 시뻘건 녹이 슬어, 침몰 직전의 새하얀 선체 도장면은 거의 찾을 수 없었다. 선명(船名)을 표시하는 ‘SEWOL’이라는 영문 표시도 지워져 보이지 않았다. 파란색 도장이 칠해진 배의 바닥 부분(화물칸) 역시 여기저기 녹이 슬고 여러 곳에 긁힌 자국이 관찰됐다.
창문과 출입구를 막은 촘촘한 그물망도 뚜렷이 보였다. 그물망은 인양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미수습자 유실을 막기 위해 잠수사들이 미리 쳐 둔 것이다. 창문 250곳과 출입구 42곳 등에 총 292개의 그물망이 설치됐다. 내부의 물과 잔존 기름을 빼기 위해 뚫었던 100여개의 구멍도 선체 여기저기에서 확인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인양과정에서 크고 작은 구멍을 많이 뚫어 이를 통해 일부 유실물이 빠져 나갔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먼저 드러난 우현의 상황과 달리 수면 쪽으로 붙어 있어 잘 보이지 않는 좌현 쪽은 심하게 파손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세월호는 침몰 당시 좌현 쪽으로 가라앉았는데, 해저면과 충돌 과정에서 선체가 온전한 형태를 유지하긴 힘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좌현 쪽 선미(뱃꼬리) 부분이 침몰 당시 가장 먼저 바닥과 닿았기 때문에 손상이 클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날 인양작업 도중 차량을 싣고 내릴 때 사용하던 좌현 선미램프가 당시의 충격으로 파손되어 열려 있는 것을 확인하고, 인양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램프 제거작업을 밤새 벌였다.
좌현 선미 부분은 사고 희생자를 수습할 당시에도 선체가 찌그러지고 선내 물건이 쏟아져 잠수사들의 진입이 어려웠던 지점이다. 정부는 9명의 미수습자들이 이 곳에 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좌현 쪽의 정확한 상태는 선체를 목포 신항 철재부두에 거치하는 다음달 초 이후에야 확인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멀쩡해 보이는 외관과 달리 내부 구조물과 진흙 등이 뒤섞여 있을 세월호 내부의 모습은 매우 복잡하고 처참할 것으로 추정된다. 진교중 전 해군 해난구조대(SSU) 대장은 “선체 내부는 샌드위치 패널인데 모두 붕괴돼 진입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실종자를 찾으러 들어갔을 때도 내부가 무너져 힘들었던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인양 전문가는 “물이 찼다 빠지는 과정이 반복됐다면 부식이 컸겠지만 세월호는 그 동안 계속 물에 잠겨 있었던 만큼 내부 부식이 심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세월호 내부의 미수습자를 찾는 작업에서 성과가 기대되는 이유다. 세종=이영창기자 진도=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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