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도 유명 오쿠다 히데오
단편ㆍ대담ㆍ축구관람기를 묶어
버리아이어티
오쿠다 히데오 지음ㆍ김해용 옮김
현대문학 발행ㆍ336쪽ㆍ1만4,000원
간결하고 명확한 문장, 인상적인 캐릭터, 깔끔한 유머 끝에 남는 사회적 메시지. ‘재미와 감동’을 다 갖춘 이야기를 어찌 읽지 않을 수 있으랴. 소설가 오쿠다 히데오가 자국인 일본을 넘어 한국에서도 사랑 받는 비결이다. 잡지 편집자, 기획자, 카피라이터, 방송사 구성작가 등을 거친 이력은 그 입담과 화수분처럼 쏟아내는 다작이 어디에서 비롯됐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단편소설 6편, 대담 2편, 월드컵 축구 관람기 등을 묶은 신작은 제목처럼 ‘버라이어티’한 책이다. 자꾸자꾸 다음 문장이 궁금해지는 이야기들은, 요즘 독자들의 집중력을 고려했는지 10~50쪽씩 나눠 펼친다. 그러니 안 읽을 수가 없다.
연작 단편 ‘나는 사장이다!’와 ‘매번 고맙습니다’는 15년간 다닌 대기업을 박차고 나와 광고 기획사를 차린 38세 사장 나카이의 이야기다. 동료의 배신, 전 상사의 복수, 협력사의 진상 등 ‘갑’(대기업)의 입장에서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난관을 차례로 맞닥뜨리며 점점 사장이 돼간다. 단편 ‘드라이브 인 서머’는 “이보다 더 재수 없는 일이 없다”고 생각할 때쯤 더 재수 없는 일이 벌어지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남편에게 쿨하지만 타인에게는 한 없이 따뜻한 아내 히로코는 혼잡한 귀성길에 지구상에서 가장 무례한 히치하이커들을 줄줄이 차에 태운다. “다이너마이트 보디”라며 아내에게 추파 던지는 청년, 며느리 욕을 쏟아내는 할머니, 좌석에서 몸을 튕기며 소리쳐대는 아이들에 지쳐 모든 걸 포기할 때쯤, 식칼 든 사내가 자동차 문을 열고 들어온다. 두 발 자전거 타기를 인생 최대의 목표로 삼는 초등학교 2학년 아이 마사오를 그린 ‘여름의 앨범’은 작가의 자전적 성장소설이다.
배우 잇세 가타, 각본가 야마다 다이치와의 대담에서는 작가의 ‘이야기관’을 엿볼 수 있다. 오쿠다는 창작의 근원은 집단 속에서 느끼는 ‘위화감’이고, 자신에게 글을 쓰는 일은 “동료를 찾는 것”이라고 고백한다. 단편소설은 “어느 정도 손재주로 가능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장편을 쓸 때 카타르시스가 더 크다고 밝힌다. “장편은 우직하리만치 계속 쌓아 올리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라 속임수가 통하지 않아요.”
소설가가 된 후 창작의 고통뿐 아니라 작품이 “책이 되어 전혀 팔리지 않는다는, 그런 고통도 있다는 걸” 알게 됐고, “인정받는다는 건 부수로 나타나는 것”이라는 솔직한 입장도 덧붙인다. 다른 작가는 알아도 따라 하지 못할 소설작법도 공개한다. “장편을 쓸 때도 플롯을 짜지 않아요.” 다른 작가도 반드시 따라야 할 작법 원칙도 덧붙인다. “인간을 쓸 때 절대로 편가르기를 하지 않습니다. 남자니까, 여자니까, 젊으니까, 늙었으니까, 경찰관이니까, 학교 선생이니까 하는 편가르기는 절대 하지 않습니다. 전부 평등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끙끙대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을 때, 열네 살의 여중생도, 일흔네 살의 촌장도 똑같이 끙끙대는 것입니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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