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랭킹 1~3위인 리디아 고, 에리야 쭈타누깐, 전인지(왼쪽부터 순서대로)./사진=LPGA, 전인지 소속사 브라이트퓨처 제공.
[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세계여자골프가 커다란 전환점을 맞게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여자골프가 세계여자골프 점령을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23일(한국시간)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부터 10위 중 아시아 선수들은 무려 9명에 달한다. 1위 리디아 고(20ㆍ뉴질랜드)와 2위 에리야 쭈타누깐(22ㆍ태국)이 양강 체제를 구축한 가운데 전인지(23), 펑샨샨(28ㆍ중국), 유소연(27), 장하나(25), 박인비(29), 양희영(28), 렉시 톰슨(22ㆍ미국), 김세영(24)이 뒤를 따르고 있다. 국적별로 보면 한국이 60%(6명)으로 '톱10' 지분율이 가장 높다.
'톱10' 선수 중 아시아 국적이 아닌 선수는 톰슨뿐이다. 그는 서양 선수로 유일하게 '톱10' 이내 순위를 유지하고 있다. 물론 다소 불안한 상황이다. 지난 19일까지 7위에 위치했던 톰슨은 20일 발표에서 9위로 2계단 순위가 떨어졌다.
20일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뱅크 오브 호프 파운더스컵에서 부진한 여파가 컸다. 톰슨은 이 대회에서 컷탈락했다. 시즌 개막전인 퓨어실크 바하마스 LPGA 클래식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그는 혼다 타일랜드 공동 4위, HSBC 위민스 챔피언십 공동 25위로 시간이 지날수록 성적이 떨어지고 있다.
톰슨을 끌어내리고 '톱10' 진입이 유력시되고 있는 선수는 '슈퍼루키' 박성현(24)이다. 박성현은 세계랭킹 포인트 5.00점으로 12위에 올라 있다. 톰슨(5.45점)과는 불과 0.45점 차이다. 둘은 24일부터 나흘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칼즈배드의 아비아라 골프장(파72)에서 열리는 LPGA 기아 클래식에 출전한다.
박성현은 올 시즌 출전한 2개 대회에서 3위(HSBC 위민스 챔피언십)와 공동 13위(뱅크 오브 호프 파운더스컵)라는 안정적인 성적을 올렸다. 이번 대회에선 우승권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복병은 있다. 바로 안나 노르드크비스트(30ㆍ스웨덴)이다. 톰슨이 '톱10' 밖으로 밀려나도 노르드크비스트가 치고 올라올 경우 아시아의 세계랭킹 '톱10' 점령은 무산된다. 지난 주 뱅크 오브 호프 파운더스컵에서 우승하면서 세계랭킹을 11위(5.20점)까지 끌어올린 노르드크비스트 역시 이번 기아 클래식에 나선다.
결국 톰슨과 노르드크비스트, 박성현의 기아 클래식 성적에 따라 세계여자골프의 상징적인 사건이 일어날 수 있다. 다만 기아 클래식은 한국 선수에게 징크스가 있는 대회다. 2010년 초대 대회에서 서희경(31ㆍ은퇴)이 초청선수로 출전해 우승했지만, 태극낭자들은 이후 6차례 대회에서 무관에 그쳤다. 준우승만 5차례를 기록했다. 2014년 우승자 노르드크비스트가 이번에도 대회 정상에 오른다면 그는 김세영을 끌어내리고 '톱10'에 들 수 있다. 그럴 경우 '톱10' 이내 아시아 선수 대 서양 선수의 비율은 기존 90-10%에서 80-20%가 된다.
여자골프 롤렉스 세계랭킹 시스템은 2004년 5월 세계여자골프 5대 투어 단체가 세계여자골프총회를 여는 자리에서 처음 논의됐다. 당시 LPGA, 유럽여자프로골프(LET),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호주여자프로골프(ALPG) 관계자들은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랭킹 시스템 도입에 합의했고 이후 영국의 여자골프연맹(LUG)이 합류하면서 2006년 2월21일 처음으로 세계랭킹이 발표됐다.
올 해로 12년째를 맞는 세계랭킹 역사에서 '톱10'이 아시아 선수들로만 구성된 적은 한 번도 없다. 세계랭킹 산정에서 사실상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것은 LPGA 투어 대회 성적이다. 그러나 아시아 선수들의 기세가 하늘을 찌르면서 당분간 '미국여자프로골프'라는 투어 이름이 무색해질 전망이다. '미국여자프로골프' 투어를 '아시아여자프로골프' 투어로 바꾸자는 우스갯소리가 조만간 들려올지도 모를 일이다.
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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