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신성 없다” 3곳 잇따라 거부
‘인적 쇄신’ 이미지 변신 나섰지만
“현실성 없는 이상론” 비판만 솔솔
“입맛 맞는 사람 찾나” 뒷말도
민선 6기 후반기 인적 쇄신에 나선 윤장현 광주시장이 산하 공공기관장 후보로 추천된 인사들에 대해 번번이 퇴짜를 놓고 있다. 광주도시공사 사장에 이어 광주도시철도공사 사장, 광주문화재단 대표이사까지 벌써 세 번째다. 참신성이 떨어진다는 게 그 이유였지만 일각에선 “지역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이상론에 빠져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윤 시장은 1월 초부터 일괄 사표를 받아낸 도시공사 등 8개 공공기관장과 공석인 광주교통문화연수원장 등에 대한 인적 개편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는 취임 이후 끊이지 않는 보은ㆍ낙하산 인사로 비난을 자초하며 궁지에 몰린 윤 시장이 이미지 변신을 꾀하겠다는 의도가 짙다.
따라서 앞으로 뚜껑을 열 인사는 윤 시장이 얼마나 변했는지 가늠해볼 수 있는 시금석으로 볼 수 있다. 시 산하 공공기관장 교체가 주는 주목도도 높은 데다, 뭔가 바뀌고 있는 것 같은 효과를 주기에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물 바꾸기의 출발선을 끊은 광주교통문화연수원장 임명을 보면 그런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 윤 시장은 16일 전 광주시 국장이었던 H씨를 신임 원장으로 낙점했지만, H씨는 이미 공모 전부터 사전 내정설에 휩싸였던 당사자였다. H씨의 임명을 놓고 보면 “시정을 새롭게 하기 위해선 외부 공공기관에도 변화가 필요하다(윤 시장이 측근)”던 인적 쇄신 취지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윤 시장이 최근 도시공사와 도시철도공사, 문화재단 등 3개 기관장으로 추천된 후보들을 모두 “적격자가 없다”며 물리친 것도 썩 유쾌하지는 않다. 당장 윤 시장이 후보들의 참신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적격자 없음’ 결정을 내린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청 안팎에선 “윤 시장이 자신의 입맛에 맞는 사람을 찾는 것 아니냐”는 뒷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 와중에 사장 재공모에 나선 도시공사는 돌연 임원추천위원(7명) 중 공사가 추천해 선임한 위원 2명을 교체했는데, 이 가운데 윤 시장 측 인사가 포함되면서 묘한 구설을 낳고 있다. 도시공사는 “임원추천위원들이 사의를 표명한 데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뒷맛은 영 개운치 않다. 실제 도시공사와 시청 주변에선 “사장 후보를 윤 시장 입맛대로 뽑으려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임원추천위원 중 시의회가 추천한 인사 3명을 제외하고 광주시 추천 위원 2명과 도시공사 추천 위원 2명이 뜻을 모으면 의결 정족수(4명) 확보가 가능해 시장 의중이 담긴 특정 인사 임명에 영향을 미치게 하려는 의혹이 있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게 1차 공모 당시 윤 시장이 마음에 두고 있었던 인사로 소문이 돌았던 지원자가 이번 재공모에도 응시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을 끌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광주시 행정부시장이 임명권자로 돼 있는 광주평생교육진흥원장에 L씨가 선임된 것을 두고도 삐딱한 시선이 쏠리고 있다. L씨는 윤 시장이 취임 후 광주시체육회 임원진을 새로 구성하는 과정에서 부회장(8명) 중 한 명으로 임명하도록 측근에게 지시할 정도로 뒤에서 챙겼던 인사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윤 시장의 인적 쇄신 작업이 삐걱거리면서 이번 공공기관장 인사가 인적 쇄신 차원이라기 보다는 내년 지방선거를 염두에 두고 유권자의 시선을 끌기 위한 일회성 깜짝 이벤트에 가깝다는 비판이 나온다. 시 산하 공공기관의 한 관계자는 “윤 시장이 참신한 인물을 기관장으로 뽑겠다는데 솔직히 그건 윤 시장의 이상(理想)이 아닐까 싶다”며 “재공모한다고는 하지만 인재풀 자체가 적은 상황에서 과연 참신한 인물이 나오겠느냐”고 꼬집었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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