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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껴보기] 공기질 최악이라는데… 정부만 “작년 수준”

입력
2017.03.2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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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들어 사흘에 한 번꼴 ‘나쁨’

부유먼지 개명엔 “숨기려 하나”

공공기관 차량 2부제 등 조치

도입발표만 하고 감감무소식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21일 오전까지 극성을 부리다 22일 잠시 주춤했던 미세먼지가 23일 오전 다시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입니다. 22일 국립환경과학원과 민간 기상업체 케이웨더 등에 따르면 이날 미세먼지 농도는 중국 등 국외에서 발생한 대기오염물질이 국내로 유입되면서 수도권과 충청남북도, 강원영서 등 전국에 ‘나쁨’ 단계를 보일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이처럼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미세먼지의 공습이 연일 계속되고 있지만 이를 관리하고 대책을 내놔야 할 정부는 느긋한 모습입니다. 지난 19일부터 미세먼지가 전국적으로 극성을 부렸지만 환경부가 어떠한 조치를 내놨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습니다. 수도권 미세먼지(PM2.5) 농도가 일정 수준 이상에 도달하면 시행하기로 한 공공기관 차량 2부제 등 ‘비상저감조치’는 지난달 15일 도입 소식을 알린 뒤 감감 무소식(본보 3월 14일자 13면)입니다. 발령기준에 부합한 날이 단 한번도 없었다는 게 환경부의 입장이지만, 시민들이 체감하는 고통과는 괴리가 큽니다. 발령 기준이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얘기입니다.

21일 오전 서울의 공기질이 중국 주요도시보다 나빴다는 보도에도 환경부는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입니다. 환경부는 올해 3월 서울의 미세먼지(PM2.5) 평균 농도(32㎍/㎥)가 2015년(30㎍/㎥)에 비해선 다소 높았으나 지난해와는 같은 수준을 기록했다며 “올해 미세먼지 수준이 유독 심하다고 볼 수는 없다”란 입장을 내놨습니다. 심지어 환경부 한 관계자는 “나들이가 많은 주말에 미세먼지가 많아서 국민들의 체감이 좋지 않을 뿐”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서울에서 지난해 1~3월 ‘나쁨’ 이상 수준을 기록했던 날이 이틀에 불과했던 반면 올해 같은 기간엔 약 6배(11일)에 달합니다. 3월 들어서만 사흘에 한 번 꼴로 시민들은 자욱한 미세먼지를 들이 마셔야 했습니다.

이런 와중에 21일 ‘미세먼지’를 ‘부유먼지’로 개명한다는 환경부의 방침까지 전해지면서 시민들은 “정말 급한 게 뭔지 모른다”는 불만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주부 이영애(40)씨는 “중국에서 날아오는 미세먼지를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지를 더 고민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심지어 대학생 윤진이(24)씨는 “ ‘미세’보다 더 경각심이 덜한 ‘부유’라는 이름 때문에 정부가 미세먼지의 심각성을 숨기려는 느낌까지 든다”고 말했습니다.

국내 미세먼지에 중국의 영향이 50~80%까지 달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지만 정부가 관련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에도 시민들은 분통을 터트립니다. 시민단체 미세먼지 해결 시민본부가 지난 20일 시작한 ‘차기 대통령에게 바라는 미세먼지 해결정책’ 온라인 청원운동에는 이틀만인 22일 오후 현재 5,000여명이 서명 했습니다. ▦국내와 가까운 중국공장에 집진(集塵) 설비 완비 ▦미세먼지 허용기준 세계보건기구(WHO) 권고수준으로 강화 등 한 시민단체가 내놓은 제안에 시민들이 이렇게 지지를 보내는 이유, 정부가 곰곰이 되씹어봤으면 합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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