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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급코너를 시속 120km로.. 현대車 첫 고성능브랜드 N 준비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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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급코너를 시속 120km로.. 현대車 첫 고성능브랜드 N 준비현장

입력
2017.03.2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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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벤츠 AMG-렉서스 F 시리즈 등

완성차 업체 기술 집약된 양산차

국산은 현대차 i30N 9월 첫 출시

#2

콘셉트카 RM15 기반 삼아

남양연구소서 막바지 테스트

엔진, 미션 등 극한상황 속 주행

22일 경기 화성시 현대차 남양연구소 고성능차시험로에서 ‘i30N’의 기반이 된 콘셉트카 'RM15'가 성능 실험을 하고 있다. 이 시험로는 독일의 뉘르부르크링처럼 극단적인 커브와 심한 표고차로 이뤄져 있다. 현대차 제공
22일 경기 화성시 현대차 남양연구소 고성능차시험로에서 ‘i30N’의 기반이 된 콘셉트카 'RM15'가 성능 실험을 하고 있다. 이 시험로는 독일의 뉘르부르크링처럼 극단적인 커브와 심한 표고차로 이뤄져 있다. 현대차 제공

“부릉 부르릉 끼이익.”

22일 오후 경기 화성시 현대자동차기술연구소(남양연구소) 주행시험장. 198만㎡ 규모의 시험장 한 편에 도로 높낮이가 심하고 대부분 구간이 지그재그 형태의 극단적 곡선으로 이뤄진 낯선 시험로가 눈길을 끌었다. 바로 고성능차시험로이다.

차량 한 대가 이 도로에 바짝 붙어 쏜살같이 달리고 있었다. 겉모양은 스포츠 해치백 ‘벨로스터’와 흡사했으나, 차체가 바닥에 닿을 정도로 낮은데다 펜더가 좌우로 넓게 퍼져 있다. 차량 곳곳에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과 알루미늄이 들어가 있고 배기구에선 터질듯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이 차에서 2000년대 모터 스포츠 대회 우승을 휩쓴 최희식 드라이버가 내렸다. 최 기술주임이라고 소개한 그는 “고성능 차량 성능 테스트를 맡고 있다”고 말했다.

최 주임이 몰고 온 차량은 9월 출시할 ‘i30N’의 기반이 된 콘셉트카(RM15ㆍRacing Midship 15)’. 양산차를 최고 성능으로 끌어올린 차량으로 출력이 무려 300마력에 달한다. 최 주임은 트렁크를 열며 “출력을 높인 엔진을 보닛이 아닌 뒷좌석과 트렁크 사이에 장착해 잘 달릴 수 있도록 최적의 차량 무게비율을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RM15 보조석에 올랐다. 내부는 기존 차량과 큰 차이는 없었으나, 성능을 수치로 확인할 수 있는 화면이 대쉬보드 가운데에 있었다. 이날 테스트는 코너링을 강화한 서스펜션과 차량이 조화를 이루는지 여부였다.

앞서 봤던 고성능차시험로로 진입했다. 최 주임은 “언론에 공개한 적 없는 시험로로, 지난해 완공됐다”며 “총 2.5km 구간을 독일의 뉘르부르크링처럼 극단적인 코너링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고 말했다.

최 주임이 가속페달을 밟자 RM15는 금세 회전수(RPM) 5,000을 넘어서며 급커브 구간을 감속 없이 연속해서 돌기 시작했다. 계기판 바늘은 120km/h를 넘나들고 있었다. 몸이 좌우로 잇따라 쏠리자 멀미가 날 지경이었다. 타이어 타는 냄새와 함께 차량은 급코너 구간을 지나, 이번에는 완만한 곡선으로 이뤄진 내리막길로 향했다. 200km/h 가까운 속도가 더해져 마치 절벽에서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다시 급커브구간이 반복됐다. 최 주임은 “N은 이런 극한 상황에서 얻은 노하우가 반영된 차량이라 일상 속에서 고성능 주행을 문제 없이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 고성능 차량 전용 브랜드인 'N'로고. 현대차 제공
현대차 고성능 차량 전용 브랜드인 'N'로고. 현대차 제공

현대차가 고성능차 전문 브랜드 ‘N’을 부착한 양산차 출시를 앞두고 있다. 고성능 차량은 보다 빨리 달리고 싶어하는 운전자의 욕구를 만족시킬 뿐 아니라, 완성차 업체의 기술력이 집약돼 있어 ‘꿈의 차’로 불린다. 주로 일상 주행에 초점을 맞춰 차량을 내놓던 국내 업체들이 그간 도전하지 않은 부분이기도 하다.

국내와 달리 해외 유명 업체들은 고성능차량 라인업을 확보하고 있다. 벤츠‘AMG’, BMW ‘M시리즈’, 아우디 ‘SㆍRS’, 렉서스 ‘F’, 캐딜락 ‘V’ 등이 대표적이다. 성능답게 비싼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국내 시장에서도 판매가 증가하는 추세다. 벤츠 AMG의 경우 지난해 2,057대가 팔려 2년 사이 3배 가까이 판매량이 늘었다. BMW M 역시 지난 2년간 2배 가량 성장세를 보였다.

현대차는 고성능차에 대한 운전자들의 갈증 해소를 위해 2012년 7월 연구조직을 만든 후, 2014년 남양연구소 내에 고성능차개발센터를 출범시키고 N브랜드를 공개했다. 남양연구소와 독일 뉘르부르크링 내 있는 현대차 테스트센터의 앞 글자에서 따온 명칭이다. BMW M에서 연구소장을 지낸 알베르트 비어만 부사장을 고성능 연구담당으로 영입도 했다. 고영은 현대차 고성능차설계실장은 “N은 단지 직선 도로만이 아닌 코너에서도 주행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는 의미에서 코너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경기 화성시 현대차 남양연구소 내 있는 고성능차개발센터에서 i30N에 들어갈 '고성능 세타 2.0 터보 GDI' 엔진을 테스트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경기 화성시 현대차 남양연구소 내 있는 고성능차개발센터에서 i30N에 들어갈 '고성능 세타 2.0 터보 GDI' 엔진을 테스트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고성능센터는 고성능차설계실과 성능시험실로 이뤄져 있다. 강력한 퍼포먼스를 보일 고성능 엔진과 미션, 서스펜션 등을 자체 개발하고 이에 대한 테스트가 즉각 이뤄지고 있다. 김두현 현대차 책임연구원은 “N을 감안해 양산차가 개발되다 보니, 바디 강성을 끌어올리는 등 기존 차량도 자연스레 품질이 개선됐다”며 “N은 이런 양산차에 고성능을 낼 수 있는 추가 작업과 각종 테스트로 쌓인 노하우를 입혀 탄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고성능 차량을 국내 업체가 제작한다는 것은 업계에선 혁명이라고 일컫는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그간 국내 업체들은 운전의 즐거움이 아닌 가성비 높은 제품 제작에 집중해왔다”며 “고성능차 라인업을 구비할 경우 기술 신뢰도 향상뿐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까지 제고돼 다른 차량 판매도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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