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엄청난 비용손실 불러
신재생에너지ㆍLNGㆍ화력발전 원전 대체 역부족
하반기부터 조선업 실직인력 등 본격 고용확대
‘원전’은 뜨거운 감자다. 지난해 6월 어렵사리 건설허가가 난 울산 신고리 원전 5,6호기 가 다시 난기류에 휩싸이고 있다. 5월 대선에 나선 유력 주자들은 ‘탈핵ㆍ탈원전’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야 3당은 신규원전 건설중단 입법화를 추진하고 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국민소송단을 모집해 건설허가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까지 제기했다.
하지만 2013년 7월 자율적으로 5,6호기를 유치했던 울주군 서생면의 분위기는 다르다. 울주군의회는 신고리 5,6호기 건설중단 입법화 반대를 결의했고, 주민들도 입법화에 반대하는 탄원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지난 1월 25일 취임한 새울원자력본부 김형섭(57ㆍ사진) 본부장을 만나 최근 원전을 둘러싼 이야기를 들어봤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논란이 뜨거운데
“지난해 6월 착공한 신고리 5,6호기는 현재 터파기 공사 중으로 시공공정률이 이미 7.9%에 달한다. 설계, 계약 등을 포함한 종합공정률은 26.3%에 이른다(김 본부장은 2015년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5ㆍ6호기 건설을 책임지는 신고리 제3건설소장을 역임했다). 건설 중단 문제는 국가전력수급 측면에서 냉철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5,6호기는 정부의 장기전력수급계획에 의해 2020년대 우리나라 전력설비의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원전건설 중단을 거론하기 전에 대체 발전설비에 대한 논의가 선결돼야 할 것이다. 풍력, 태양광 같은 신재생에너지는 기술적, 경제적 측면에서 아직까지 원전의 대안이 될 수 없는 현실이다. LNG와 화력발전 역시 비싼 발전단가와 미세먼지, 이산화탄소 등 환경적인 문제로 원전을 대체하기에는 부족한 실정이다.”
-5,6호기 건설중단,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공정이 상당히 진행돼 당장 눈에 보이는 매몰비용만 해도 기자재비, 시공비, 용역비 등 1조4,000억원에 달한다. 건설을 중단(폐기)할 경우 기자재 및 공사ㆍ용역의 계약변경ㆍ파기 등 법적분쟁 결과에 따라 엄청난 국가적 비용손실이 예상돼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특히 신고리 5,6호기 건설사업은 지역주민들의 여론을 모아 울주군에서 자율유치 신청을 통해 추진한 대표적 사례 사업인 만큼 중단은 주민들의 민의와도 부합하지 않는다. 따라서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국내 에너지 현실을 국민들에게 알리는 일과 책임 있는 정책이 수립될 수 있도록 설명해 나가겠다. 원전 안전은 생명과 같다. 안전을 잃는 순간 모든 것을 잃는다는 사실을 항상 명심하고 안전하게 짓겠다.”
-원전이 울산 지역경제에 어떻게 기여하나
“8조6,000억원이 투입되는 신고리 5,6호기는 주민 자율유치에 따른 상생협력사업 1,500억원을 비롯해 지원사업비, 인프라 확충, 지역주민 고용, 세금 납부액 등 9,000여억원의 지역경제 기여효과가 발생한다. 또 건설이 본격화하는 올해 하반기부터는 현재까지의 노무인력 위주에서 용접공, 기계공, 배관공 등 다양한 분야의 기술인력 투입이 예상된다. 건설기간 연인원 600여만명, 일 기준 3,000여명의 고용창출효과가 있을 전망이다. 총 6조8,000억원이 투입된 신고리 3,4호기도 300여 중소 협력업체, 연인원 620만명이 건설에 참여해 동반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했다고 자부한다. 주변지역을 위한 특별지원사업으로 2,100억원을 지원했으며, 향후 60년의 운영기간 매년 3,000여개의 일자리 창출과 지역자원시설세 6,500억원 등 1조1,000억원이 울주군에 지원돼 지역경제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인근 주민 안전대책과 소통방안은
“지난해 10월 태풍 ‘차바’ 내습 때의 일이다. 한 직원이 역대급 폭우를 뚫고 삽을 들고 서생면 자매마을로 뛰어가 가옥이 물에 잠기지 않도록 혼신의 힘을 다해 물길을 내는 등 주민들을 도운 사실이 입소문을 타면서 울주군수 표창을 받았다. 이는 소통의 한 단면으로, 인근 25개 마을과 새울본부 각 팀을 연결하는 ‘1촌 1팀 자매마을 제도’의 성과다. 울주군민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원전에서 방사능이 유출되는 최악의 상황일 것이다. 본부는 울산시가 주관하는 신고리3호기 방사능방재훈련에 참여하는 등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비상대책도 강구하고 있다. 울주군, 지역주민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민간환경감시기구, 원전안전협의회, 원전소통위원회 등 정례적인 소통회의체를 통해 주기적으로 원전운영에 대해 소통하면서 자문을 받고, 주민자치위원회와 이장단협의회, 청년회 등 지역 주요단체와도 지속적인 만남을 갖고 있다. 2,100여 지역주민에게 보내드리는 발전소 운영, 건설, 채용, 문화행사 정보 등 휴대전화 문자서비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울산과 경주가 지진위험지대로 떠올랐다
“국내원전은 지질 및 지진조사 등을 통해 원자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최대 지진규모에다 여유도를 더해 설계한다. 실제 원전 내진성능 평가결과 규모 7.2의 지진에도 본래의 기능을 유지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핵심시설인 원자로 격납건물은 8.3 이상의 강진까지도 견딜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도 지진이 아닌 쓰나미 때문에 발생했다. 쓰나미 대책으로 해안방벽 증축, 방수문 설치, 이동형발전차 구비 등 대책을 수립해놓고 있다. 우스개 소리로 원전 관계자들 사이에 ‘지진이 나면 원자력발전소로 대피하라’는 말이 있다. 그 어떤 건물보다 내진설계가 잘 돼 있다는 말이다. 국민들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원전을 안전하게 운영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새울본부 전 직원은 안전을 잃는 순간 모든 것을 잃는다는 사실과 모든 일과 행동이 궁극적으로는 발전소 안전운영을 위한 것이라는 것을 한시도 잊지 않겠다.”
지난 1월 3일 고리원전본부에서 분리, 출범한 새울원전본부는 지난해 12월 상업운전에 들어간 신고리 3호기 운영과 4,5,6호기 건설을 맡고 있다. ‘새울’은 지난해 9월 울주군민 전체를 대상으로 한 명칭 공모에서 울주 신리마을 ‘신’의 한글 표기인 ‘새’와 울산과 울주의 앞 글자 ‘울’의 합성어다.
업무에는 빈틈이 없지만 대인관계에는 격의 없고 소탈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김 본부장은 인천 제물포고와 한양대 원자력공학과를 졸업한 뒤 1985년 한국전력공사에 입사, 발전총괄팀장과 위기관리실장, 기획처장, 신고리 제3건설소장 등을 거쳤다. 김창배 기자 kimcb@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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