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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운 감도는 창샤… 중 리피 감독의 알 듯 말듯한 미소

입력
2017.03.22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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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첼로 리피 중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22일 창샤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여유 있는 표정으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창샤=연합뉴스
마르첼로 리피 중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22일 창샤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여유 있는 표정으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창샤=연합뉴스

한국과 맞대결에 대한 중국 취재진의 열기는 상상 이상이었다.

한국과 중국의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6차전을 하루 앞둔 22일, 창샤 허룽 스포츠센터 스티디움에서 양 팀 공식 기자회견이 열렸다.

중국 기자회견이 먼저였다.

200명은 족히 넘어 보이는 중국 기자들이 몰렸다. 2002년 한ㆍ일월드컵 때 한국대표팀만 전담한 국내 취재진 숫자가 100명 정도였다. 중국 기자들에게 한ㆍ중전은 월드컵 본선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것 같았다.

22일 기자회견에 200명 넘는 중국 취재진이 몰렸다. 창샤로 원정 취재를 간 한국 기자는 본보를 포함해 약 30명이다. 창샤=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22일 기자회견에 200명 넘는 중국 취재진이 몰렸다. 창샤로 원정 취재를 간 한국 기자는 본보를 포함해 약 30명이다. 창샤=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백발의 마르첼로 리피(69) 중국대표팀 감독이 편안한 표정으로 입장했다.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소리가 쉴 새 없이 들렸다. 리피 감독은 인터뷰 중간 중간 미소를 지으며 여유 있게 질문에 답했다.

그는 “한국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경기하겠다”면서도 “월드컵 진출의 꿈을 이어가려면 내일 한국을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결연한 출사표를 던졌다. 지난 9월 중국이 한국에 2-3으로 패했다고 기자들이 말하자 “5개월 전 경기는 참고하지 않는다. 내일 경기만 집중하고 있다”고 딱 잘랐다.

중국대표팀은 창샤를 ‘궈주푸디(國足福地ㆍ행운의 땅)’라 부른다. 지금까지 8번 A매치에서 4승4무로 한 번도 지지 않았다. 리피 감독은 “창샤에 오기 전에는 (그런 기록을) 몰랐다. 이번에 다시 증명해보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중국대표팀 훈련장에는 ‘중압지하무구색(重壓之下無懼色)’이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무거운 압박 속에서도 두려워하지 말라는 뜻이다. 이 문구로 동기부여를 하려는 것이냐는 질문에 리피 감독은 “그 뜻은 중국에 온 뒤에 알았다. 선수들에게 부담을 내려놓으라고 당부하고 있다”고 답했다.

미디어센터 자원봉사자들이 입고 있는 티셔츠에 전(戰)이라는 한자가 크게 새겨져 있다. 창샤=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미디어센터 자원봉사자들이 입고 있는 티셔츠에 전(戰)이라는 한자가 크게 새겨져 있다. 창샤=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한국 취재진에게 질문할 기회는 아예 봉쇄돼 있었다. 기자회견에 한국어 통역도 없었다. 대신 중국축구협회는 한국어가 가능한 자원봉사자를 한국 취재진 좌석 중간에 배치해 통역을 도왔는데 이들의 한국어가 너무 어설퍼서 소용이 없었다. 한국 기자들은 기자회견 뒤 따로 모여 퍼즐 맞추듯 리피 감독 발언을 종합해야 했다. 자원봉사자들은 중국축구협회가 나눠준 노란색 티셔츠를 입었는데 ‘전(戰)’이라는 한자가 큼지막하게 새겨져 있다.

중국은 한국과 격돌을 진짜 전투로 여기고 있는 듯 했다.

창샤=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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