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왕 희종, 그리고 조선 임금 연산군과 광해군을 비롯한 왕족들이 유배를 당해 죽음을 맞은 곳은 강화도 옆 조그만 섬 교동도이다.
작은 이 섬이 유배지로 많이 사용된 연유는 수도 한양과 거리가 가까워 감시와 관리가 쉬웠고 주변의 세찬 물살로 도주의 위험이 없는 천혜의 섬이었기 때문이다.
폭정을 일삼다 반정으로 권좌에서 쫓겨난 폐주 연산군과 광해군은 교동도에 ‘위리안치(죄인을 달아나지 못하게 탱자나무 가시로 울타리를 쳐 바깥세상과의 접촉을 차단하는 형벌)’를 당한다. 그 형벌이 얼마나 잔혹했는지 ‘산 자의 무덤’이라고 했다.
강화도에는 연산군 유배지로 추정되는 3곳이 있는데 그 중 한 곳이 교동면 화개산 자락의 한 평 남짓한 초가집이다. 잡목만이 무성한 누추한 거처를 보니 향락과 폭정을 일삼다 하루아침에 생을 마감한 연산군의 비애가 절로 느껴진다.
멀티미디어부 차장 kingw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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