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모습에 근접했다는 것을 느꼈다.”
LA 다저스 류현진(30)은 확신에 찼다. 부상을 완전히 떨쳐내고 연이은 호투로 메이저리그에 처음 도전했던 4년 전 느낌이 왔다고 했다.
2013년 스프링캠프에서 빅리그 문을 두드린 류현진은 캠프 초반 러닝 훈련 낙오, 불펜 피칭 생략, 흡연 등으로 의심의 눈초리를 받았지만 실력으로 보여줬다. 그 해 시범경기 성적은 7차례 등판해 2승2패 평균자책점 3.29. 특히 마지막 시범경기였던 3월29일(이하 한국시간) LA 에인절스전에서 4이닝을 퍼펙트로 막고 팀의 개막 2선발 자격을 입증했다.
차갑기만 했던 현지 언론들은 “신인왕 최고 유망주”라며 찬사를 쏟아냈다. 실제 류현진은 데뷔 첫 해 14승8패 평균자책점 3.00으로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지만 신인왕은 지난해 보트 사고로 세상을 떠난 호세 페르난데스(12승6패 평균자책점 2.19)에게 밀려 수상하지 못했다. *관련영상
http://m.dodgers.mlb.com/news/article/220295552/las-hyun-jin-ryu-continues-impressive-spring/
선발 진입을 장담하지 못했던 4년 전 이맘때처럼 2017년 류현진의 초반 기상도는 흐렸다. 2015년 5월 어깨 수술을 받은 뒤 기나긴 시간 동안 재활에 매달렸다. 지난해 7월8일 샌디에이고전을 통해 복귀했지만 딱 한 번 던지고 팔꿈치 통증으로 다시 이탈했다. 2년 가깝게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한 사이 팀 내 입지는 줄었고, 2013년 캠프 때와 같이 선발 경쟁을 뚫어야 하는 처지가 됐다.
하지만 류현진은 시범경기 세 번째 등판에서도 완벽한 투구를 펼친 뒤 자신감을 되찾았다. 그는 22일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캐멀백랜치에서 열린 밀워키전에 선발 등판해 4이닝 1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타석에서도 4회말 2사 1ㆍ3루에서 중전 안타를 치며 첫 안타와 타점까지 올렸다. 또 KBO리그 최고 외국인 타자로 NC에서 활약했던 에릭 테임즈(31ㆍ밀워키)와 두 차례 맞대결에서도 루킹 삼진, 유격수 땅볼로 처리해 완승을 거뒀다.
이날까지 세 차례 선발 등판해 9이닝 동안 단 1점만 허용하는 쾌투를 이어간 류현진은 나갈 때마다 1이닝씩 투구도 늘려가, 선발 로테이션 진입 가능성을 키웠다. 247일 만의 첫 등판이었던 지난 12일 LA 에인절스전에서는 2이닝 1피안타 무실점 2탈삼진, 17일 시카고 컵스전에서는 3이닝 3피안타 1볼넷 4탈삼진 1실점(1자책)이었다. 시범경기 평균자책점은 1.00이다.
류현진이 선발 로테이션에 복귀하기 위한 나머지 과제는 구속 회복이다. 류현진은 이날 최고 148㎞를 찍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얼마나 속도가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타자들은 제대로 때리지 못했다”면서 “난 구속을 앞세워 타자를 잡는 투수는 아니다. 그래도 2013년의 스피드로 돌아갈 수 있다면 좀 더 효과적으로 던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류현진의 계속된 호투에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류현진이 많은 것을 보여줬다”며 “그는 우리가 아주 낙관적일 수 있도록 해줬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지역 언론 LA 타임스도 “선발 로테이션 합류를 노리는 류현진이 가장 강력한 근거를 만들었다”고 호평했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