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지휘하는 노승권 1차장
조사 전 휴게실에서 차 대접
朴, 돌발 질문에 당황 기색도
유영하ㆍ정장현 변호사가 ‘코칭’
박근혜 전 대통령은 21일 본격적인 검찰 조사를 받기에 앞서 서울중앙지검 청사 10층 조사실(1001호) 옆 휴게실(1002호)로 들어갔다. 청사 현관 앞에 다다른 박 전 대통령을 맞이한 임원주 사무국장이 안내했다. 수사를 지휘하는 노승권 1차장검사(검사장)가 이곳에서 박 전 대통령에게 차 한잔을 대접했다. 고위 인사를 조사할 때 의례적으로 거치는 절차다.
노 차장검사는 “사건의 진상규명이 될 수 있도록 잘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조사 진행 방식과 일정도 대략 설명했다. 이에 박 전 대통령은 “성실히 잘 조사받겠다”고 답했다. 1차장검사와 10여분간 얘기를 나눈 박 전 대통령은 오전 9시35분쯤 조사실로 들어섰다. 티타임에 동석했던 검사 출신 유영하 정장현 변호사가 박 전 대통령 변호인으로 함께 입회했다.
박 전 대통령은 먼저 한웅재(48ㆍ사법연수원 28기) 형사8부장(부장검사)의 질문 공세를 받았다. 미르ㆍK스포츠재단의 대기업 출연금 강요 부분을 주로 신문 받았다. 여성 검사 1명이 한 부장검사 옆에 앉아 진술 내용 타이핑 등을 맡았다. 여성 수사관도 조사에 참여했다.
박 전 대통령은 2시간30여분의 오전 조사가 끝난 낮 12시5분쯤 조사실 옆방 휴게실로 옮겨 변호인들과 함께 유부초밥과 김밥, 샌드위치 등이 조금씩 든 도시락으로 점심식사를 했다. 1시간 가량 식사와 함께 휴식을 취했다. 대변인 역의 손범규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께서 도시락을 다 드셨다”고 했다. 그는 이어 “박 전 대통령이 최근 발목을 다치는 등으로 건강이 썩 좋지 않아서 쉬는 시간마다 점검했다”고 전했다. 박 전 대통령은 오후 5시35분부터 7시10분까지 저녁으로 죽을 먹고 쉬었다. 이후 계속된 한 부장검사의 조사 뒤 오후 8시40분부터 이원석(48ㆍ27기) 특수1부장(부장검사)이 ‘삼성 뇌물수수’ 등 대목의 신문을 이어갔다.
형식상 예우 수준은 2009년 4월 뇌물수수 혐의로 대검찰청에서 조사를 받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때와 비슷했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 조사 당시 ‘망신주기 식 수사’ 논란에 휘말린 전례를 반면교사 삼아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의를 최대한 갖췄다.
박 전 대통령은 코트를 벗고 조사에 임하며 수백여 질문에 진술 거부권 행사 없이 답했다. 전날까지 연습한 각본에 없는 돌발 질문에는 다소 당황한 기색과 함께 답변을 제대로 못한 상황도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유 변호사와 정 변호사는 1명씩 돌아가며 박 전 대통령 곁에 앉아 검찰 신문사항과 박 전 대통령 답변을 꼼꼼히 듣고 때때로 박 전 대통령을 코칭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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