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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차분히 답변하다 핵심 의혹엔 강력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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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차분히 답변하다 핵심 의혹엔 강력 반박

입력
2017.03.2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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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웅재 부장 1차 공세

재단 출연ㆍ블랙리스트 조사

朴 솔직하게 소회 털어놓다가도

날카로운 질문엔 변호인과 상의

이원석 부장 2차 공세

朴, 공무상 비밀누설 고의성 부정

삼성뇌물 혐의 집중 추궁에

“부정한 청탁ㆍ불법이익 없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고영권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고영권 기자

검찰은 21일 박근혜 전 대통령을 상대로 부장검사 2명을 순차적으로 투입해 시간차 공세를 벌였다. 검찰은 전반적으로 박 전 대통령이 충실한 소명을 하도록 분위기를 유도하면서도 주요 혐의 부분에선 결정적 증거 제시로 압박하는 등 완급을 조절하며 조사를 진행했다. 박 전 대통령은 대부분의 혐의와 관련해 진술을 거부하거나 부인하는 자세로 일관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담담하게 자신의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자신의 혐의를 기정사실화하는 질문을 받아도 흥분하거나 역정 내지 않고 변호인의 조언을 참고해 차분히 답변했다는 후문이다.

21일 오전 9시35분부터 시작된 검찰의 1차 공세는 한웅재 형사8부장(부장검사)이 맡았다. 한 부장검사는 대기업들에게 미르ㆍK스포츠재단에 출연하도록 강요했는지, 문화ㆍ예술계 블랙리스트(지원배제명단)를 작성ㆍ유지하도록 지시했는지 등을 조사했다. 최순실(61ㆍ구속기소)씨의 사적 이익을 위해 사기업 등에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최씨가 ‘비선실세’로서 정부 인사에 관여하는 등 국정 농단의 큰 그림을 그린 것도 한 부장검사 몫이었다.

한 부장검사는 최씨와의 관계 등 기초적인 사실관계에 대해선 주로 박 전 대통령의 진술을 청취했다. 박 전 대통령 얘기에 가볍게 맞장구도 치면서 자연스럽게 진술이 이어지도록 하는 한편, 혐의와 맞닿아 있는 사실관계 부분이 나오면 재차 확인하기도 했다. 지난해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뒤 본인이 받고 있는 의혹을 자세하게 밝힐 기회가 없었던 박 전 대통령은 솔직한 소회를 털어놓다가, 한 부장검사가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면 변호인과 상의해 답변하곤 했다. 박 전 대통령의 주요 혐의 관련 답변은 “미르ㆍK스포츠재단 운영 및 사업에 관여했거나 이득을 취한 바 없다”거나 “최씨가 사익을 추구했거나 국정에 개입한 것은 몰랐다”는 기존 입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저녁 늦게 시작된 2라운드 조사는 이원석 특수1부장(부장검사)이 나서 매서운 공세를 이어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청탁 대가로 433억원대 뇌물을 받은 혐의와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을 통해 최씨에게 공무상 비밀을 누설한 혐의 등 박 전 대통령의 핵심 범죄사실 조사가 이 부장검사가 맡은 부분이다.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 조사는 상대적으로 수월했다. 최씨의 태블릿PC 등에서 명백한 증거가 나온 만큼 사실관계 인정은 빨랐다. 대신 박 전 대통령은 “일부 연설문이나 말씀자료 작성 과정에 최씨 의견을 참고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표현을 수정하는 정도의 도움을 받았지만 공무상 비밀로 인식하지 못했다”며 범죄의 고의성을 부정하는 기존 입장을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뇌물 혐의 조사는 이날의 하이라이트였다. 이 부장검사는 2005년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발행 사건과 2007년 삼성 비자금 로비 의혹 사건에 모두 차출됐고, 이후에도 개인적으로 삼성의 지배구조를 연구해 왔다. 그의 날카로운 질문에 박 전 대통령은 변호인과 상의를 거듭해 “이 부회장의 부정한 청탁을 받거나 이를 들어준 바 없고, 그와 관련해 어떤 불법 이익도 얻은 사실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뇌물로 판단한 삼성 측의 미르ㆍK스포츠 출연금(204억원)의 성격을 두고도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검찰과 박 전 대통령의 진검 승부는 밤 늦게까지 이어졌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과 공범으로 지목된 최씨, 정 전 비서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기존 진술이 크게 엇갈릴 것에 대비, 세 사람을 소환했지만 모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해 대질신문은 무산됐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청사. 박근혜 전 대통령 조사실이 있는 10층과 11층은 다른 층과 달리 불빛이 새어나오지 않게 조치했다. 왕태석 기자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청사. 박근혜 전 대통령 조사실이 있는 10층과 11층은 다른 층과 달리 불빛이 새어나오지 않게 조치했다. 왕태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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