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영국이 이슬람 8개 국가 국제공항 10곳에서 미국행 항공편 탑승객들에게 스마트폰을 제외한 사실상 거의 모든 전자기기의 기내 반입 금지 조치를 내린 것은 극단주의 테러단체 알카에다의 전자기기를 이용한 폭발물 테러를 막기 위한 선제조치라고 미국 정부 관계자가 밝혔다. 이로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무슬림 거부조치’의 일환으로 이번 명령을 내렸다는 의구심도 사라졌다.
21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미국 정보부는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지부가 전자기기의 배터리와 관련 기기에 폭발물을 숨기는 기술을 거의 완성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이 정보를 공개한 관계자는 “테러리스트들이 다양한 소비재에 폭발물을 숨겨 상업 여객기를 겨냥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밝혔다.
미국 항공당국 관계자 역시 한때 ‘제3의 반이민 행정명령이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왔던 이번 조치가 “정치적이지 않으며 트럼프정부의 정무직이 아닌 직업공무원들이 심각하게 관여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미 국토안보부는 요르단 수도 암만, 이집트 카이로, 터키 이스탄불, 사우디의 제다 및 리야드, 쿠웨이트 시티, 모로코의 카사블랑카, 카타르의 도하,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두바이와 아부다비 등 8개 이슬람 국가 국제공항 10곳에서 탑승객들은 랩톱 컴퓨터, 컴퓨터, 태블릿 PC, 카메라, 여행용 프린터, 게임기 등을 기내에서 휴대할 수 없다고 밝혔다. 휴대전화와 휴대용 의료기기만 기내 반입이 허용되고 다른 물품들은 수화물 처리해야 한다.
이번 조치에 영향을 받는 9개 항공사는 이날 오전 3시 미 교통안전청(TSA)으로부터 관련 절차를 통보 받았다. 9개 항공사는 이집트 항공, 에미레이트 항공, 카타르 항공 , 터키 항공, 에티아르 항공, 쿠웨이트 항공, 모로코 항공, 로얄 요르단 항공, 사우디아라비아 항공 등이다. 미 항공사 항공기는 해당되지 않는다.
영국 역시 유사한 대응조치를 실행했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터키 레바논 요르단 이집트 튀니지 사우디아라비아 등 6개국에서 영국으로 향하는 직항항공기 탑승자가 스마트폰보다 큰 전자기기를 기내 휴대하는 것을 금지했다. 이는 브리티시항공ㆍ이지젯 등 영국 국적기 6개사와 터키항공ㆍ이집트에어 등 해외 8개 항공사 모두에 적용된다. CNN은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테러와 관련해 미 정부와 같은 정보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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