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국가대표팀이 부진할 때 많은 팬들은 박지성(36ㆍ은퇴)을 떠올린다.
박지성은 ‘소나무’ 같은 선수였다. 세계 최고 구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7시즌을 뛰었으니 실력은 말할 나위가 없다. 대표팀에 뽑혀 한국, 잉글랜드를 오가는 힘든 일정에도 내색 한 번 안 했다. 대표팀 주장은 물론, 이름값도 가장 높았지만 그라운드에서는 ‘머슴’처럼 뛰어다녔다. 별 다른 주문을 안 해도 후배들을 절로 따를 수 있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슈틸리케호에서 박지성의 역할을 하는 이가 주장 기성용(28ㆍ스완지시티)이다.
그는 2015년 1월 호주 아시안컵 때 처음 완장을 찬 뒤 식사시간에 매끼 테이블을 옮겨 다녔다. 밥을 먹으며 자연스레 동료들 애환을 들었고, 처음 태극마크를 달아 어색해하는 이들을 살뜰히 챙겼다. 박지성이 2010년 남아공월드컵을 앞두고 주장이 됐을 때 보여준 모습들이다.
기성용은 기량 면에서도 울리 슈틸리케(63ㆍ독일) 대표팀 감독이 가장 신뢰하는 선수다.
그는 2015년 A매치만 1,287분을 뛰어 대표 선수 중 최다 출전시간을 기록했고 작년에도 697분으로 장현수(26ㆍ광저우R&Fㆍ790분)에 이어 2위였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5경기 모두 풀 타임 소화했다. 지난 달 초 무릎 부상을 당해 최근까지 재활을 했는데 슈틸리케 감독은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을 수도 있는 그를 선발했다. 다행히 기성용은 대표팀 소집 직전인 지난 19일 프리미어리그 본머스전에 선발로 나와 65분을 뛰며 건재를 알렸다.
23일 한ㆍ중전을 앞두고 기성용의 어깨가 무겁다.
기성용은 21일 대표팀 숙소인 켐핀스키 호텔에서 인터뷰를 갖고 “무릎 상태는 문제없다”며 “선수들이 이란전(0-1패)을 통해 경험하고 느낀 바가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주장의 품격’도 박지성과 닮은 꼴이다. 그는 “경기력도 안 좋고 그라운드 안에서 아무 것도 못하면서 동료들에게 주문할 수는 없다”며 “솔선수범 하는 게 힘들 때도 있지만 지성 형처럼 특별한 말없이 그라운드 안에서 보여주는 게 동료들에게 가장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 한다”고 힘줘 말했다.
창샤=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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