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ㆍ미사일 위협 직시해야
주한미군 사드 배치 필요 최소한
대선 주자들 안보이익은 지켜야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를 둘러싼 국내외 논란이 뜨겁다. 지난해 7월 박근혜정부가 미국과 사드 배치에 합의하고 3월 초에는 사드 포대 일부가 국내에 들어왔다. 그런데 중국이 사드 배치에 강하게 반발, 한국에 대한 각종 경제제재 조치를 취하고 있고, 우리 대선 주자 상당수도 박근혜정부의 사드 배치 합의를 두고 새 정부 출범 이후 미국과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사드 배치 재협의 추진을 주장하는 이들의 주장은 안보현실을 도외시한 것이다. 북한은 지난해 1월까지 다섯 차례의 핵실험을 실시하면서, 핵탄두의 폭발력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폭 수준으로까지 끌어 올렸다. 그리고 운반 수단으로서 1,000여기에 달하는 각종 중단거리 및 대륙간 탄도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존의 육해공군에 더해, 핵 및 미사일 전력을 관할하는 전략군 사령부를 제4군의 위상으로 격상시켰다. 게다가 북한 지도부는 자신들의 핵 전력이 단순히 방어용이 아니라 선제 타격용으로 운용될 수 있음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전례 없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는 비상한 안보정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잠재적 적국으로부터의 미사일 위협에 직면해 있는 세계 각국은 이미 필사적으로 미사일 방어체제와 같은 수단을 구축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란과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으로부터의 미사일 위협에 직면해 독자적으로 아이언돔과 애로 같은 미사일 방어체제를 개발했다. 아랍에미리트도 미국으로부터 사드를 도입했다. 북한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은 1998년부터 미국과 공동으로 SM-3와 PAC-3로 구성된 미사일 방어체계를 개발해 배치했고, 북한 위협 증대에 대응해 추가적 사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 국가보다 더욱 절박한 군사적 위협에 직면한 우리에게 주한미군이 도입하는 사드는 필요 최소한에 지나지 않는다.
북한의 핵 및 미사일 전력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더욱 다각적 방책을 강구해야 한다. 예컨대 우리도 전략타격이 가능한 미사일 사령부와 공군 작전사령부 전력, 해군의 기동전단과 잠수함 전단 전력을 극대화해야 하고, 이런 전력을 관할하는 전략타격 사령부를 두어 억제능력을 더욱 키워야 한다. 국방과학연구소(ADD) 등 관련 연구기관의 역량을 키워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무력화할 수 있는 비대칭 전력 개발에도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 미국이 제공하기로 돼 있는 핵우산 및 확장억제의 신뢰성을 트럼프 행정부 등장 이후에도 보장 받을 수 있도록 한미 간 전략협의도 강화해야 한다. 국가안보를 위한 이러한 정책적 고민과 전략을 우리 대선 주자들에게서 거의 들을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가 자신들의 핵심이익을 침해한다고 연일 대한 경제제재를 쏟아 내는 중국의 자세도 부당하다. 북한의 핵 및 미사일 개발과 한국내의 방어용 사드 배치 가운데 어느 것이 중국의 핵심이익과 아태지역 안보질서를 침해하는가는 자명하다. 그런데도 한국에 대해서만 부당한 요구를 지속하는 저의가 무엇인지 의심스럽다.
사실 중국은 동중국해나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에 대해 일본, 베트남, 필리핀 등과 분쟁이 발생했을 때에도, 각종 경제제재를 일방적으로 가했던 전력이 있다. 그러나 일본, 베트남, 필리핀은 국력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굴하지 않았다. 오히려 베트남은 한때 적대국이던 미국 및 일본과 군사협력관계를 강화해 중국의 영유권 주장에 대해 강경대응도 불사한다는 모습을 보였고, 필리핀은 국제중재재판에 중국을 제소해 승리를 거두었다. 만일 이 시점에서 우리가 중국의 압력에 굴복하는 모양새를 보인다면, 필리핀과 베트남 같은 나라가 주권국가로서의 한국의 품격을 어떻게 볼 것인지가 걱정스럽다.
미래의 한국 안보를 담당하게 될 대선 주자들이 북한발 군사위협을 배제하기 위해 국내적 안보역량을 강화하고, 대외적으로는 주변 대국들에도 할 말은 하면서 안보이익을 수호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 국방대 안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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