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ㆍ공무원 후원행위 금지
“행사 대목인데 경기위축 우려”
저렴한 한우식육식당이 밀집한 울산 남구 수암상가시장은 지난해 4월부터 6개월가량 주말 야시장을 운영, 평일 대비 평균 매출이 35%나 증가하는 대박을 냈다. 하지만 올해는 이런 재미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5월9일 조기 대선이 확정되면서 4월로 예정된 야시장 개장 일정을 대선 이후로 연기했기 때문이다.
행사를 주관해온 남구 관계자는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이벤트 등 지원방안을 마련했는데, 구청장을 비롯해 사람들이 개장식에 참석하면 괜한 오해를 살수 있어 야시장 개장을 대선 이후로 미뤘다”며 “행사 취지나 성격에 따라 선거법 위반 여부를 따져볼 수 있지만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경계가 모호해 부득이하게 이런 결정을 했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에 따른 조기 대선의 여파로 전국 지자체가 야심차게 준비해 온 다양한 지역 행사나 축제를 연기하거나 취소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예기치 못한 대선정국으로 지역 행사가 자칫 공직선거법에 저촉될 가능성이 있어 지자체들이 몸사리기에 나선 까닭이다.
공직선거법은 선거 60일 전부터 지자체나 공무원이 개최하는 각종 행사나 후원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때문에 각종 꽃 축제, 사업설명회, 주민설명회 등을 준비한 지자체들은 행사 개최 여부를 놓고 선관위에 유권해석을 의뢰하거나 자체 판단으로 취소ㆍ연기를 하고 있다.
서울시는 4~6월 진행하려던 다단계ㆍ상조업체 준법교육과 다음달부터 주말마다 열 예정이었던 광화문ㆍ뚝섬 나눔장터행사를 취소했다. 부산시도 17일 개최 예정이던 시민참여 나눔장터를 취소했다. 세종시는 공직선거법과 관련, 각종 행사나 보조금 지원 등에 대해 선관위에 50여건의 유권해석을 의뢰한 상태다.
수원시는 다음달 28일부터 30일까지 열려던 ‘2017 음식문화축제’를 5월 18∼22일로 미뤘다.
대구시도 5월 6∼7일 개최 예정인 ‘2017 대구 컬러풀 페스티벌’을 같은 달 27~28일로 연기했고, 같은 달 8일 열 계획이던 동아시아문화도시 행사 일정도 대선 이후로 늦췄다.
부산시 관계자는 “부정청탁금지법 시행에 이어 탄핵ㆍ대선정국이 맞물리면서 지역경기에 악재가 겹치고 있다”면서 “많은 행사가 한창 봄철인 대선을 앞두고 몰려있어 경기가 더 위축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다만 특정일ㆍ특정시기에 개최하지 않으면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행사는 예외로 두고 있어 모든 축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부산시는 부산국제보트쇼(3월 23일), 부산낙동강유채꽃축제(4월 15일), 아시아세일링위크(4월 27일) 등을 선관위로부터 “개최해도 좋다”는 유권해석을 받아 예정대로 진행키로 했다.
경북 영덕군도 대게축제를 계획대로 23∼26일 열기로 했으며, 대구약령시한방문화 축제 역시 예정대로 5월 3~7일 개최된다. 영양군은 5월 11~14일 산나물물축제, 포항시는 다음달 20~22일 호미곶 돌문어 축제를 계획대로 연다.
선관위 관계자는 “자치단체와 자치단체장의 행위제한에 대한 상세 자료를 배포했지만 논란에 휘말릴 것을 우려해 지자체 마다 행사개최 가능여부를 묻는 문의가 하루 수십 통씩”이라며 “법령이 정한 행사나 정부의 지역축제 및 관광 활성화를 위한 지침에 따라 개최되는 축제 등은 개최가 가능한 만큼 위축들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부산=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ㆍ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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