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여세 298억원 미납 등 혐의
법정 들어서며 여유 있는 미소
신격호(94)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사실혼 배우자인 서미경(57)씨가 30여년 만에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1970년대 광고모델 등으로 연예계에서 활약하던 중 모습을 감춘 뒤, 롯데그룹 오너 일가의 비리 재판에 피고인 신분으로 등장한 것이다.
서씨는 20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청사에서 열린 롯데그룹 오너 일가 5명에 대한 첫 번째 정식 재판에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색 정장에 뿔테 안경 쓴 세련된 모습으로 서초동 법원에 도착한 서씨는 “검찰 조사에 왜 매번 불응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아무 답도 하지 않고 곧장 법정으로 향했다. 서씨의 얼굴엔 당황한 기색 없이 여유 있는 미소가 감지됐다.
서씨는 이미 초등학생 때 영화 ‘피도 눈물도 없다’(1969) 등에 아역배우로 출연했다. 1977년 제1회 미스롯데 선발대회에서 대상을 타고 롯데껌 등 광고를 찍으며 얼굴을 널리 알렸다. 그는 배우, 잡지 모델로 맹활약하다 81년 유학을 떠난다며 돌연 은퇴를 선언했다. 이후 서씨는 83년 신 총괄회장과의 사이에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을 낳았지만, 혼인신고는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36년간 언론에 노출되지 않았던 서씨가 다시 주목 받은 계기는 지난해 6월부터 약 4개월 동안 진행된 검찰의 롯데그룹 비리 수사였다. 검찰에 따르면 서씨는 2006년 신 총괄회장이 차명 보유하고 있던 일본 롯데홀딩스 주식 1.6%를 넘겨받으면서 증여세 298억원을 내지 않고, 롯데시네마 영화관 매점 운영권을 헐값에 넘겨받아 770억원을 벌어들인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서씨는 검찰 수사 단계에서 수 차례 소환 통보를 받았으나 일본에 체류하며 불응해 대면조사 없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에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 김상동)가 지난달 27일 신 총괄회장과 서씨 등 롯데 총수 일가 5명에 대한 마지막 공판 준비기일에서 “첫 재판에 출석하지 않으면 서씨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하고 지명수배를 의뢰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자 이날 재판에 나온 것이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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