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 필요한 만큼만 조사 뒤
재판 단계에서 공개할 수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모르쇠 방어막’을 검찰은 어떻게 뚫을 것인가. 21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앞둔 검찰이 쥐고 있는 비장의 무기가 과연 무엇일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권력형 비리 수사에 있어 검찰의 ‘히든 카드’ 준비는 필수절차나 다름없다. 언론보도나 사건 관련자 등을 통해 핵심 피의자는 수사상황을 어느 정도 파악한 상태에서 조사에 임하기 때문에 검찰은 결정적 증거를 꽁꽁 감춰뒀다가 조사 당일 들이밀어 피의자를 심리적으로 무너뜨린 뒤 자백을 받아내곤 한다. 지난해 10월 최순실(61ㆍ구속기소)씨 국정농단 사태가 본격화한 이후부터 이달 10일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선고에 이르기까지, 시종일관 결백을 주장해 온 박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검찰은 이 같은 수사전략을 세웠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역시 안종범(58ㆍ구속기소)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수첩 56권이다. 박 전 대통령의 범죄사실 대부분은 최씨와 범행을 모의하고, 안 전 수석을 통해 실행되는 형식으로 구성돼 있다. 그런데 안 전 수석은 대통령 지시사항을 수첩에 꼼꼼히 받아 적어 물증을 남겨 뒀다. 검찰과 특별검사팀 조사에서도 “대통령이 지시한 게 맞다”고 진술했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내용들도 무궁무진하다는 점에서, 검찰은 박 전 대통령 조사 때 이를 십분 활용할 공산이 크다.
최씨와의 ‘차명폰 통화’도 박 전 대통령에게 치명적 타격을 줄 수 있다. 지난해 4월18일~10월26일 두 사람은 무려 570여회 연락했고, 이 중 127차례는 최씨의 독일 도피기간(9월3일~10월30일)에 이뤄졌다. 최씨가 입을 닫고 있긴 하지만, 검찰은 연락 시점 당시의 상황을 최대한 복원해 박 전 대통령을 상대로 집중 추궁을 이어나갈 전망이다. 최씨의 최측근이었다가 검찰과 특검의 ‘특급 도우미’로 활약한 장시호(38ㆍ구속기소)씨의 구체적인 증언들 또한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공범 관계’를 탄탄하게 입증해 줄 수 있다.
다만 검찰이 아직은 ‘패’를 완전히 노출하지 않을 수도 있다. 박 전 대통령의 공소장 작성에 필요한 만큼만 조사를 진행한 뒤, 진짜 ‘본 게임’이라 할 수 있는 재판 단계에서 공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이 경우에는 21일 조사가 ‘자백 확보’ 목적보다는 ‘피의자 소명 청취’라는 최소한의 형식을 취하는 정도로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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