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정당의 대선후보 경선 돌입으로 19대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하면서 포퓰리즘 공약이 춤추고 있다. 각 당 주자들의 이런 행태는 대선국면을 이용해 기득권을 강화하려는 이익단체들의 요구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거나, 특정기업과 이해를 함께하는 지역 주민들의 민원에 편승한 것이어서 특혜 시비 등 크고 작은 후유증을 낳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유력 주자들의 선심 공약 가운데 상당 부분은 오랜 어젠다로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된 공공ㆍ노동ㆍ금융ㆍ교육 개혁의 근본을 흔드는 것이어서 우려가 크다.
지난주 말 열린 공무원노조총연맹(공노총) 출범식에 참석한 야권 주자들은 앞다퉈 공노총이 제시한 공공부문 성과주의 폐지와 공무원의 정치참여 보장 등 11개 과제를 수용했다. 공공부문 효율성 제고 및 법ㆍ제도 정비 등의 잣대에 비춰 하나하나 따져 봐야 할 내용이었지만 100만명을 웃도는 공무원 표가 급했던 때문이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가 "성과주의 도입엔 노사합의가 전제돼야 하니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가 '숙제의 답은 폐지'라는 주최 측의 지적에 "즉각 폐지하겠다"고 후퇴한 게 단적인 예다. 안희정 충남지사가 "문 후보의 화끈한 약속을 어떻게 실천할지가 문제"라고 이어 나가고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역시 "합리적 인사평가와 적절한 보상제도가 필요하다"는 첨언으로 이 대열에 가세했다.
호남 대표기업인 금호타이어 매각 문제는 기업 구조조정이 정치화된 사례다. 채권단이 최근 중국 기업 컨소시엄과 매각계약을 맺은 후 고용유지 등이 쟁점이 되자 문재인 전 대표는 엊그제 페북에 "채권단은 단순히 금액만이 아니라 국익과 지역경제,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달라"면서도 "어떤 특혜 논란도, 먹튀 논란도 안 된다"고 말했다. 채권단에 시장논리 대신 정치논리를 들이대면서도 원칙을 지키라는 것이니 요술램프가 없는 한 풀기 어려운 주문이다. 안희정 지사는 아예 재입찰을 제안했고 이재명 성남시장은 노조가 참여하는 민관합작펀드 구성안을 내놓았다.
각 당 대선주자들은 지금껏 적폐 및 부패 청산과 기득권 해체 위에 정의롭고 공정한 나라를 세우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해 왔다. 하지만 이들의 최근 행태는 "표만 되면 손잡지 못할 기득권과 반칙, 편법은 없다"는 식이다. 22조원대 가계부채 탕감, 유급 근로안식년 도입, 세종시 행정수도 헌법화 등의 얘기를 마구 쏟아 내는 것도 이런 발상의 소산일 것이다. 시대가 요구하는 차기 리더십은 책임과 신뢰, 미래 지향임을 다시 한번 되새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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