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들이 참여한 것으로 파악되는 예정에 없던 북한ㆍ중국 관련 긴급회의를 개최하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지목해 “나쁜 짓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말 휴양지에서 북한 도발과 관련된 안보상황을 놓고 긴급회의를 연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의 대북 선제타격 발언에 북한이 로켓엔진 실험으로 맞선 뒤 곧바로 나온 대응이어서 이목이 집중된다. 선제타격, 김정은 정권 전복, 전술핵무기 한반도 재배치 등 기존 ‘전략적 인내’를 대신할 강경한 미국의 대북정책을 두루 검토중인 트럼프 정부가 이른바 ‘레드라인’으로 정해놓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실질적인 위협을 느끼고 급히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워싱턴으로 돌아오는 전용기가 출발하기 직전 백악관 출입기자들에게 “그(김정은)는 매우 매우 나쁘게 행동한다”고 말한 후 “(마라라고에서) 북한 문제에 대한 대책회의를 가졌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관련 회의의 내용 및 참석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회의에선 북한의 도발에 대한 대책과 함께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이 빠르게 격상됨에 따라 이를 제지할 ‘중국의 역할’을 내달 미중정상회담에서 어떻게 강조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발언과 긴급회의가 북한의 신형 고출력 로켓엔진 지상분출시험과 밀접하게 관련있다고 분석했다. 한중일 방문 중 틸러슨 장관이 내보낸 ‘경고’를 북한이 ICBM개발 의지로 단숨에 일축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을 강경발언과 긴급회의를 통해 드러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낮 백악관에서 틸러슨 장관으로부터 한중일 방문결과를 보고받을 예정인데, 이 자리에서 구체적인 대북 응징방안이 나올지 주목된다.
한편 공화당 소속 데빈 누네스(캘리포니아) 하원 정보위원장은 이날 “북한의 핵무기 운반 능력 개발이 가까워질수록 미국도 선제타격을 할 수 있는 태세를 더욱 갖춰야 한다”라며 트럼프 정부의 강경한 대북정책을 주문했다. 누네스 위원장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틸러슨 장관의 선제타격 발언에 대해 언급하면서, “그렇게까지 가지 않기를 바란다. 하지만 북한은 ‘완전히 고삐 풀린’ 정권”이라고 강조했다. 또 “틸러슨 장관이 전임 버락 오바마 정부의 대북 정책을 폐기해 기쁘다”며 “뭔가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북한의) 핵무기가 한국이나 일본, 미국에서 터지도록 둬서는 안 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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