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vs 안철수 vs 보수연합
3자구도 시나리오 확률 높지만
손학규, 경선 승리 땐 중도연합 유력
문재인이 민주당 대선후보 오르면
일 대 일 싸움 위해 최종 연대
문재인 vs 비문 양자구도 굳어질 듯
19대 대선의 최대 변수는 선거 구도의 변화다. 역대 대선에서도 대세론을 구가하는 후보를 겨냥한 합종연횡(合從連衡)은 반드시 등장했다. 현재로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다른 주자들을 압도하고 있지만 구도의 변화 속에서 누가 최종 승자가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조기대선 국면에서 이미 3지대 빅텐트론이 등장했고, 최근에는 ‘보수대연합’ ‘중도 연합’ ‘단계적 연합론’ 등 각종 연대론이 등장하고 있다. 대선 D-50일에 맞춰 대선 판을 크게 흔들 5가지 지각 변동의 요인 가운데 구도의 변수를 먼저 짚어봤다.
정당 후보 선출 직후 3자 구도가 분수령
현재로선 문 전 대표의 대세론을 부정할 수 없다. 정의당의 심상정 후보를 제외하고 더불어민주당 및 국민의당, 바른정당, 자유한국당이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문 전 대표가 내달 초 민주당 후보로 선출되더라도 당분간 대세론은 이어질 공산이 커 보인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끝까지 5자 구도로 이어질 것으로 보는 관측은 거의 없다. 윤태곤 정치평론가는 “모든 후보들이 탄핵 인용 이후 ‘모든 게 박근혜 때문이다’라는 강력한 무기를 상실했다”며 “적폐청산과 국민대통합, 경제민주화, 일자리 증대 등 다양한 요구 앞에서 지지율이 춤추고 선거 구도는 필연적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정치권은 각 당 후보가 선출되는 다음 달 초를 1차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여론조사 1위를 독주하고 있는 문 전 대표의 출마를 전제로 각 당 후보들간 합종연횡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종인 민주당 전 비대위 대표를 중심으로 한 3지대 빅텐트론도 다음 달 초 후보구도가 가시화하면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치권에서는 3자 구도를 염두에 두고 이미 보수 대연합론과 중도 연합론이 거론되고 있다.
보수 대연합론은 구여권인 한국당과 바른정당이 후보단일화에 성공하는 경우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대선 불출마 이후 홍준표 경남지사가 보수의 희망으로 떠오르는 반면 바른정당 주자인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의 지지율이 여전히 바닥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자 보수 진영에서 자연스럽게 대연합론을 거론하고 있다. 홍 지사 또한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대선을 앞두고 (당대 당) 통합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보수연합 구성에 긍정적 신호를 보내고 있다.
물론 변수가 없지 않다. 친박(근혜)계를 대변하는 김진태 의원이 한국당 후보가 되면 보수연합은 물 건너가게 된다. 박근혜정부 실정에 책임이 있는 김 의원과 바른정당이 손을 잡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유승민 의원이나 남경필 지사 모두 친박계와의 연대는 강하게 거부하고 있다.
또 다른 3자 구도 시나리오는 중도 연합론이다. 중도진보인 국민의당과 중도보수인 바른정당의 중간지대 연합 구상이다. 두 정당 모두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를 표방하고 있는데다 ‘각자 도생으로는 문재인 대세론을 이길 공산이 없다’는 판단에 이르면 결국 후보를 합치는 방식으로 손을 잡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국민의당 주자인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내가 이기면 바른정당이 국민의당에 들어올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는데다 바른정당 주자들도 연신 국민의당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어 현실화가 주목된다.
여기에도 변수는 있다. 당장 국민의당 후보 선출에서 가장 앞선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문재인과 일대 일 대결을 하면 이길 이유가 100가지는 넘는다”고 주장하는 안 전 대표가 완주하는 한 중도 연합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관측이 많다.
문재인 vs 비문 양자구도는 빅매치
합종연횡의 최대 관심사는 양자구도의 형성이다. 문 전 대표가 민주당의 대선후보가 된다면 중도와 보수층에 정권 창출을 위한 한시적 연합을 강요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보수 대연합론이나 중도 연합론 모두 양자 구도로 가기 위한 중간단계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5당이 난립한 사실상 다당제 현실에서 차기 정부의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서라도 대선 전 양자 구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14일 “4당제라 대연정은 필요하나, 그건 대통령에 당선되거나 (각 당) 후보들이 선거운동을 하다가 막판에 형성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
다만 민주당 후보가 문 전 대표가 아닐 경우엔 양자 구도를 장담하긴 어렵다. 특히 진보는 물론 중도ㆍ보수표를 일부 잠식하고 있는 안희정 충남지사가 최종 상대일 경우, 각 진영 별 셈법이 매우 복잡해진다.
안 전 대표 혹은 중도연합은 중첩되는 표심에서의 차별성을 추구하면서 흩어진 진보층 표심 공략에 집중해야 하고, 보수연합 혹은 한국당은 집토끼 챙기기에 우선 집중해야 한다. 양자 구도 형성의 필요성이 후 순위로 자연히 밀릴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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