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가계부채’로 여겨지는 자영업자 대출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장사는 안 되는데 금리는 오르고, 그게 자금 부족을 불러 빚이 늘어나는 악순환 조짐까지 보인다.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지난해 9월말 기준 국내 자영업자 전체 부채규모는 640조 원에 이른 것으로 추정됐다. 이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업자 대출은 중소기업 대출로 분류돼 가계부채 집계에서 빠진 채 ‘나 홀로’ 급증세가 수그러들지 않는다.
비공식 집계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2월말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182조3,063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시점(166조448억 원)에 비해 무려 9.8%(16조2,615억 원)나 증가했다. 가계부채 관리 대책이 가동되기 시작한 지난해 연말부터 쳐도 2조 원이나 늘어났다고 한다. 5대 은행의 자영업자 대출은 2010년 96조6,396억 원에서 불과 6년 여 만에 두 배로 부푼 셈이다. 문제는 자영업자 대출이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에 비해 경기 및 금리 흐름에 따른 부실 위험이 크다는 점이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대출 금리가 0.1% 포인트만 상승해도 자영업 폐업 위험이 7.0~10.6%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영업자 대출 증가세의 가장 큰 배경은 은퇴ㆍ실직 근로자들의 자영업 창업 증가로 볼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자영업자 수(552만1,000명)는 1년 전보다 4.05%(21만3,000명)나 급증해 2002년 4월 이후 14년 여 만에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자금 부족에 직면한 기존 자영업자들의 추가 대출도 만만찮은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통계인 통계청의 1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해당 기간 소매판매는 설 특수 등에도 불구하고 전월보다 2.2%가 더 줄며 3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나타냈다.
이런 가운데 미국 금리인상 여파로 시중금리가 연일 들썩이자 자영업자 대출금리도 벌써 지난 연말에 비해 0.2% 포인트 이상 오르는 등 부채상환 부담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영세 자영업자들의 경우, 자금 부족에 따른 추가 대출을 위해 고금리 제2금융권 대출로 흐른 경우가 많아 상환 실패 및 부실 위험이 훨씬 크다. 금융당국은 금리 상승기를 맞아 자영업자 대출 관리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히 자영업자 대출선을 무조건 조이는 ‘비 올 때 우산 뺏기’식 탁상행정은 상황을 악화시킬 우려가 크다. 추가 신규대출은 억제하더라도, 기존 대출에 대해선 연체부담 완화책 등 한계 자영업자 지원에 신경을 쓴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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