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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이동으로 엠티(MT)를 간다고?

입력
2017.03.1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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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들에게 엠티는 ‘합법적 외박’이라는 작은 일탈을 맛보는 기회다. 수도권 대학생들의 엠티 장소 1순위는 예나 지금이나 대성리다. 서울에서 멀지 않으면서 풍광도 빼어나고, 엠티에 최적화한 숙소까지 두루 갖췄기 때문이다. 대성리보다 가까운 도심에도 엠티를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우이동이다.

1980~90년대 우이동은 대성리, 강촌, 정릉유원지 등과 함께 이름을 날렸던 곳이다. 최근엔 직장인들이 연수나 친목모임 행사장으로 많이 이용한다. 그렇다고 대학생 엠티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우이동의 한 산장 주인은 “대규모 인원보다 소규모 친목위주의 방문이 많아져 일부러 방을 줄였다”라며 “회사원들의 발걸음이 많아졌지만 일반인과 학생의 비율이 3대7 정도 된다”라고 밝혔다.

엠티 장소로 우이동의 최대 장점은 접근성이다. 서울지하철 4호선 수유역에서 도봉2번 마을버스를 타고 10~15분이면 목적지인 종점에 도착한다. 이시은(25, 경희대)씨는 행여 늦더라도 부담이 없어서 엠티 장소로 우이동을 자주 이용한다고 말했다. “대성리는 허허벌판 같은 느낌인데 비해 우이동은 오밀조밀한 분위기여서 노는 재미가 한결 낫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았다.

우이신설선 노선을 운행하게 될 경전철 차량. 서울시 제공
우이신설선 노선을 운행하게 될 경전철 차량. 서울시 제공
우이동 엠티촌 입구 모습. 우이-신설 경전철 공사의 여파로 먼지도 날리며 조금은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우이동 엠티촌 입구 모습. 우이-신설 경전철 공사의 여파로 먼지도 날리며 조금은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우이동 엠티촌 입구는 다소 황량하다. 현재 우이-신설 경전철 공사가 진행 중이어서 조금은 어수선한 분위기다. 공사 구간을 통과해 언덕길을 따라 올라가면 아기자기한 모습의 ‘산울림’ 카페가 나오고, 이곳부터 엠티촌이 이어진다.

입구에 위치한 산울림 카페 내부 모습. 세월을 역행한 듯한 내부 모습과 분위기에 커피 한잔 마시기 좋은 곳이다.
입구에 위치한 산울림 카페 내부 모습. 세월을 역행한 듯한 내부 모습과 분위기에 커피 한잔 마시기 좋은 곳이다.
입구에 위치한 산울림 카페 내부 모습. 세월을 역행한 듯한 내부 모습과 분위기에 커피 한잔 마시기 좋은 곳이다.
입구에 위치한 산울림 카페 내부 모습. 세월을 역행한 듯한 내부 모습과 분위기에 커피 한잔 마시기 좋은 곳이다.

산울림 카페는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도 등장한 곳이다. 세월을 비껴나간 듯 내부엔 오래된 턴테이블과 낡은 LP판들이 가득하다. 40년 동안 한 자리에서 이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원재성 사장은 잘 나갈 때에 비해 적게는 20%에서 많게는 40%가량 방문객이 줄었다고 밝혔다. “옛날엔 엠티를 오면 등산도 했는데 요즘은 문화가 많이 바뀐 것 같다. 사실 우이동이 산을 빼면 특별한 장점이 없어서 방문객이 줄어든 것 같다”라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카페는 먼저 도착한 학생들이 후발 조를 기다리기 적당한 곳이다. 기본적으로 막걸리와 위스키를 파는 술집이지만 4,000~7,000원에 주인장이 직접 끓여주는 차도 맛볼 수 있다.

우이동 엠티촌의 특징은 식당과 숙소를 병행하는 곳이 많다는 것이다. 오리와 닭백숙 식당이 많고, 가격은 3~5만원 선이다. 학생들의 주머니 사정을 감안하면 다소 비싼 금액이다. 산장과 식당들이 계곡과 맞닿아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모든 업소가 뒤쪽에 계단을 만들어 계곡에 들어갈 수 있는 구조다. 아직은 이르지만 여름에는 시원한 계곡물에 발을 담그거나 간단한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언덕 중간중간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와 돌담 길도 운치 있다.

언덕 중간중간 돌담 길과 돌탑이 있다. 한 가게 앞 막걸리 병을 매달아 놓은 모습은 이곳이 엠티촌임을 확인시켜 준다.
언덕 중간중간 돌담 길과 돌탑이 있다. 한 가게 앞 막걸리 병을 매달아 놓은 모습은 이곳이 엠티촌임을 확인시켜 준다.
언덕 중간중간 돌담 길과 돌탑이 있다. 한 가게 앞 막걸리 병을 매달아 놓은 모습은 이곳이 엠티촌임을 확인시켜 준다.
언덕 중간중간 돌담 길과 돌탑이 있다. 한 가게 앞 막걸리 병을 매달아 놓은 모습은 이곳이 엠티촌임을 확인시켜 준다.

언덕 끝에 다다르면 장작을 한 무더기 쌓아놓은 라이브 카페 ‘하늘아래 작은마을’이다. 장승 모양 간판이 ‘올드’한 느낌을 주지만 카페 분위기는 따뜻하다. 마당에서는 1개 1,000원을 내고 직접 고구마를 구워먹을 수도 있다. 바비큐가 주 메뉴이지만 양송이볶음밥, 낙지덮밥 등 식사도 판매한다. 가격은 6,000~9,000원, 삼겹살은 1인분 1만3,000원이다.

언덕 끝자락에 위치한 '하늘아래 작은마을' 모습.
언덕 끝자락에 위치한 '하늘아래 작은마을' 모습.
언덕 끝자락에 위치한 '하늘아래 작은마을' 모습.
언덕 끝자락에 위치한 '하늘아래 작은마을' 모습.

이 카페를 끝으로 고개를 더 넘어가면 ‘우이령길’이다. 과거 북한의 무장게릴라 31명이 침투한 곳으로 보안상의 이유로 폐쇄되어 왔다가 2009년부터 개방했다. 41년간 사람의 손길을 타지 않은 자연이 그대로 보존된 곳으로 데이트 장소로도 손색이 없다. 우이령길은 예약제로 운영하며 하루 1,000명만 들어갈 수 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출입이 허용되고 4시까지 하산해야 한다. 예약은 국립공원관리공단 인터넷 홈페이지(reservation.knps.or.kr)에서 할 수 있다.

언덕 끝에 오르면 멀리 도심의 모습이 보인다. 도심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언덕 끝에 오르면 멀리 도심의 모습이 보인다. 도심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이동은 전체적인 분위기가 차분해 대규모 인원보다는 소규모 엠티에 적합하다. 과도한 음주보다 조용히 쉬면서 친목과 화합이라는 엠티 본래의 의미에 충실한 팀에게 더욱 적합하다. 숙소 비용도 상대적으로 싼 편이다. 20명 안팎의 소규모 인원을 기준으로 20~25만원에 숙소를 이용할 수 있다. 대성리에 비해 5~10만원 가량 저렴한 수준이다. 단점도 있다. 엠티촌 입구에서 가까운 숙소는 픽업 서비스를 하지 않아 짐이 많은 이들에겐 다소 불편하다. 숙소가 대부분 지은 지 오래됐다는 점도 감수해야 한다. 깨끗한 숙소가 장소 선정의 우선 기준이라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김도엽 인턴기자(경희대 정치외교학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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